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시민감시국장
지난 대선의 후보였던 정동영씨는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 한 분으로 다산 정약용 선생을 꼽았다. 이는 그가 다산 선생의 정신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조선의 대실학자 다산 생가의 당호가 여유당이다. 선생께서 도덕경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겨울에 시내 살얼음을 건너듯 멈칫거리며, 사방의 이웃들을 두려워하듯 주춤하라는 도덕경의 잠언처럼, 다산 선생께서 민심을 두려워하고 사안·사물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리라.
정씨는 고향 전주를 떠나 깔끔한 인상을 지닌 방송기자로 전국에 이름을 날렸다. 고향사람들은 그에게 선거사상 최초로 2연속 전국 최다득표 국회의원 당선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정씨는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해 나갔다.
그러나 대권후보로까지 성장한 그가 치른 2007년 대선은 불행하게도 서민의 삶을 편안히 보듬어주지 못한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 탓에 이기기 어려운 싸움이었다. 하지만 전장에서 최선을 다한 장수에게 위로를 보내듯 고향사람들은 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어진 지난해 총선에서 당의 승리를 위해 자신의 기득권을 버리고 수도권으로 전장을 옮긴 그에게 고향사람들은 가슴뿌듯함을 느꼈을 것이다.
총선 패배 뒤에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그가 돌연 전주로 돌아왔다. 이번 재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정치에 입문했던 설렘을 안고 고향으로 돌아왔단다. 민주당에 힘을 보태겠다고 그는 말하지만 속내는 지역정서를 볼모로 다시 고향에 기대겠다는 것일 뿐이다. 그를 지지하는 한 의원은 공천배제가 분당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으름장도 빠뜨리지 않는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를 보면, 이번 재보궐선거를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중간평가로 보고 야당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50.3%로 압도적이다. 문제는 야당이 어떻게 싸우고 이기느냐다. 민주당이 새로운 대안과 희망을 만들어 민심을 끌어안는 과정이 없다면, 이겨도 이기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희망이 없는 승리에 무슨 미래가 있으랴.
정씨는 그가 존경하는 다산의 당호처럼 내딛는 한 발마다 주춤거리고 망설여야 하지 않을까? 선거는 이번만 있는 게 아니다. 그가 진정으로 민주당에 보탬이 되겠다면, 아니 자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다시 고향 품에 안기는 안이한 선택보다는 큰 정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맞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시민감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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