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입찰제뒤 3곳 폐업…임금·퇴직금 체불
금속노조 “원청업체가 고용·생계보장해야”
금속노조 “원청업체가 고용·생계보장해야”
부산 한진중공업이 사내 하청업체 선정 방식을 수의계약에서 최저 경쟁입찰제로 바꾸면서 사내 하청업체들이 잇따라 자진 폐업해 소속 노동자들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는 31일 한진중공업 상선부문의 5개 도장 관련 사내 하청업체 가운데 3곳이 최근 최저입찰제 시행 뒤 평소보다 계약액수가 20% 정도 줄어든 것을 감당하지 못해 스스로 폐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 세 업체는 친인척간이 운영해 왔는데, 모두 똑같이 종업원 180여명의 2, 3월 두 달치 임금 7억여원(개인당 200만~500만원)을 아직 지급하지 못했다. 게다가 폐업을 하면서 퇴직금을 줄 돈도 없다고 버티는 바람에 일자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이 퇴직금마저 떼일 처지에 놓였다.
이들 업체 노동자들은 이날 오후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본관 앞에서 고용 승계와 체불임금 및 퇴직금 청산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노동자들은 “날마다 20~30m 높이의 선체 외벽과 좁은 선내 탱크를 오가며 산업재해와 유기용제 중독의 위험을 무릎쓰고 정규직과의 차별에 따른 서러움도 참아가며 힘든 일을 해왔는데 난데없는 폐업으로 일터에서 내쫓기게 됐다”며 “원청업체가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 지회도 “최저입찰제는 사내 하청 노동자들을 쥐어 짜 경영난을 해결하겠다는 방식으로, 앞으로 수많은 사내 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며 “이들의 생계 및 고용 승계를 위해 공동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들 업체의 폐업으로 한진중공업의 도장 관련 하청업체는 최저입찰제를 통해 새로 들어온 업체를 포함해 5곳에서 3곳으로 줄게 됐다. 이 회사에서는 앞서 선체 블록 제작 관련 사내 하청업체 한 곳도 최근 최저입찰제 도입으로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폐업했으나 종업원들이 다른 업체로 옮겨 고용문제를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 기업문화팀 담당자는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그동안 기자재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시행해 오던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최근 사내 하청업체에까지 확대 적용하게 됐다”며 “폐업으로 일자리를 잃게 된 하청업체 직원들은 다른 업체에서 고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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