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문제연구소 “65%가 월소득 최저생계비 미만”
일용 노동자 송아무개(45·여)씨는 서울역 앞 고시원에서 산다. 방값은 한 달에 27만원이다. 송씨는 관절염이 심해 오랜 시간 일을 할 수 없다. 가끔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며 3~4만원을 벌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경제 위기로 일손을 구하는 식당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최아무개(44)씨는 5년째 고시원과 찜질방·만화방을 전전하고 있다. 한 때 최씨는 서울의 한 자동차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1년 교통사고로 부인과 두 딸을 모두 잃은 뒤 알코올 중독자가 됐고, 노숙생활을 시작했다. 매달 정부에서 35만원을 지원받지만 이 돈으로 최씨가 갈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고시원 한 달 이용료는 20~30만원이고, 하루에 5~8천원하는 찜질방과 만화방도 한 달에 15~25만원 줘야 한다. 오랜 노숙생활로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최씨의 몸무게는 35kg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받아 주는 곳이 없다.
고시원이나 찜질방 등 비주거용 시설에서 생활하는 사람 10명 가운데 9명은 고정적 일자리가 없어 빈곤의 악순환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가운데 2명은 최근 한달 동안 하루도 일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결과는 한국빈곤문제연구소가 지난 2~3월 서울과 대구, 대전 등의 고시원, 피시방, 찜질방, 만화방, 다방 등에서 생활하는 120명을 대상으로 벌인 기초 생활실태 조사에서 밝혀졌다.
내용을 보면 ‘고정적인 일자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없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120명 가운데 109명으로 90.8%를 차지했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의 노동한 일수는 2~5일이 29.2%로 가장 높았고, ‘단 하루도 일하지 못했다’고 답한 사람도 23.3%에 달했다. 이러다 보니 월 소득이 1인 가구 기준 월 소득이 1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46만300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응답자가 65%나 됐다. 이 가운데 21~40만원이 26.7%로 가장 많았고, 1~20만원이 20.8%로 뒤를 이었다. ‘소득이 전혀 없다’고 한 사람도 17.5%나 됐다. 또 최근 1년 동안 비주거용 시설을 이용했다는 응답자가 16.8%를 차지했고, 20~30대도 31.7%에 달해 빈곤 상황이 최근에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빈곤문제연구소의 류정순 소장은 “고시원, 피시방, 찜질방, 만화방, 다방 등 비주거용 시설은 정부의 인구주택 총조사와 주거실태 조사에서 빠져 빈곤층의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며 “일자리 창출 위주의 노동시장 정책과 기초생활보장 정책을 강화하고, 중·대형 위주가 아닌 소형 위주의 주택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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