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병영 3·1 기념 전야제에 ‘음주가무’ 물의
봉제회 “참여유도”…시민 “취지에 맞지 않다”
봉제회 “참여유도”…시민 “취지에 맞지 않다”
#1. 6일 오전 울산 중구 병영사거리. 1000여 명의 시위대가 ‘대한독립 만세’를 부르며 도로를 따라 행진하자 일본군이 총을 마구 쏘아댔다. 총을 맞은 몇몇이 그 자리에서 쓰러지면서 신음 소리로 내고 숨을 거두자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숙연해졌다.
#2. 5일 저녁 울산 중구 병영사거리에선 노랫가락이 흘러나왔다. 노래자랑대회에 나온 주민대표들은 무대에 올라 저마다 반주에 맞혀 평소 애창하는 노래를 열창했다. 주최 쪽의 요구로 조용수 중구청장도 노래를 불렀다. 지역 시·구의원들이 번호표를 뽑아 상품을 주는 경품 추첨식도 열렸으며, 행사장 주변에 마련된 먹을거리 장터에선 술판도 벌어졌다.
1919년 서울 파고다공원(탑골공원)에서 시작된 3·1독립만세운동은 이후 남쪽으로 내려와 울산에선 언양, 병영, 남창으로 번졌다. 병영에선 지역 청년회원들이 그해 4월4일 오전 축구경기를 한다는 명목으로 일신학교(현 병영초등학교)에 모여 운동장에서 공을 높이 차올리는 것을 신호로 청년회 및 주민들이 일제히 대한독립만세를 외쳤으며, 결국 4명이 순국하고 22명이 옥고를 치렀다.
열사들의 숭고한 나라사랑 뜻을 기리기 위해 울산병영삼일사봉제회가 2000년부터 4월마다 만세운동을 재현하고 있다. 만세운동 당시 숨진 4명의 열사를 임시매장한 황방산에서 위령제를 지내는 것을 시작으로 병영초등학교에서 축구공을 차올리는 출정 선포식을 하고 거리행진을 벌인 뒤 만세를 부르다 쓰러지던 당시의 모습을 재현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지난해까지는 당일 행사로 끝냈으나 올해는 축제 형식의 전야제를 처음으로 열었다. 예산도 지난해 5050만원에서 올해는 울산시 3000만원, 중구 2000만원, 국가보훈처 1000만원 등 6500만원으로 늘렸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전야제 행사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주민 이아무개(44·중구 병영동)씨는 “노랫가락 소리를 듣고 축제가 열리는 줄 알았는데 3·1만세운동을 기리는 전야제라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한쪽에선 애석하게 숨진 원혼을 달래는 진혼무를 추고 제사를 지내면서 다른 쪽에선 풍악을 울리며 웃고 떠드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울산병영삼일사봉제회 김선수 사무국장은 “해마다 벌이는 행사가 식상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다 시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숭고함과 축제를 병행하기로 했다”며 “술로 빚어지는 불미스런 일이 나지 않도록 현장을 통제하겠다”고 해명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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