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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빵 만들고 다도 배우며 ‘쉘 위 잉글리시?’

등록 2009-04-16 22:23

청원 옥산초 영어센터 성인 영어교실 학생들이 15일 오전 원어민 교사 스티븐 쿠프먼(가운데)과 다도를 통해 영어를 배우고 있다. 옥산거점영어체험센터 제공
청원 옥산초 영어센터 성인 영어교실 학생들이 15일 오전 원어민 교사 스티븐 쿠프먼(가운데)과 다도를 통해 영어를 배우고 있다. 옥산거점영어체험센터 제공
청원 옥산초 성인반 영어교실
주민 30명, 원어민 교사 어울려
주입식 아닌 일상 체험 통한 공부
수업 뒤엔 학생이 한국문화 전달

충북 청원군 옥산초등학교의 옥산 거점 영어체험센터는 수요일마다 주민들의 영어 놀이터가 된다. 지난 1일 주민들을 대상으로 성인반 영어 교실을 열면서부터다.

영어 교실에는 학교 주변 청주·청원 주민 30명이 참여하고 있다. 20대 시골 새내기 주부에서 70대 노부부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온 스티븐 쿠프먼, 캐나다 출신 스테파니 호건 등 원어민 교사 4명과 한국인 교사 3명으로 이뤄진 강사들과 놀이하듯 영어와 친해지고 있다.

1일에는 빵을 만들며 요리 영어를 익혔고, 8일에는 잘못 쓰는 영어 표현 ‘콩글리시’를 통해 높디 높게 여겼던 영어 벽을 조금 낮췄다.

15일에는 다도가 등장했다.

“한 손은 위, 한 손은 옆으로 이렇게 두 손으로 찻잔을 감싼 뒤 조용히 마셔야 해요. 그리고 차는 세 번 우려내야 합니다.” 강사로 나선 스티븐과 스테파니는 몸에 덜 밴 다도를 시연하며, 유창한 영어로 주민들에게 다도를 선보였다. 학생들은 강사들의 표현, 발음과 작은 움직임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수업이 끝났을 때 일부 학생들은 금방 배운 영어로 원어민 강사들의 서툰 다도를 조목조목 바로잡아주기도 했다.

홍성옥 영어교실 교사는 “수업시간에는 원어민 강사들이 영어를 가르치지만 수업 뒤에는 생활의 달인들인 주민들이 한국 문화 선생이 되는 등 강사-학생 신분이 수시로 뒤바뀐다”며 웃었다.

서울에서 교직 생활을 하다 2000년 7월 남편과 귀향한 김춘식(67·옥산면 금계리)씨는 “생활에서 접하던 요리·다도 등을 통해 영어를 배우니까 참 쉽고, 재미있다”며 “우리 문화와 영어를 함께 배우는 수요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영어 교실은 7월까지 떡·김치 등 전통음식 만들기, 한복예절, 영자신문을 통한 시사 영어, 영어 영화 감상, 팝송 배우기, 장보기 등 체험 활동으로 채워져 있다. 여름방학 기간에는 특별 교실을 열 계획이다.

양철기 영어교실 담당은 “주입식 영어 교육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영어, 외국인과 쉽게 친해지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며 “때론 진지하고, 때론 웃고 떠들다 보면 4시간 수업이 후딱 지나간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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