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파기도 안했는데 휘청이는 ‘용산 초고층’
국제업무지구 터 매입비 4천억원 연체
PF 금융기관 없고 주민반대 ‘설상가상’
PF 금융기관 없고 주민반대 ‘설상가상’
2016년까지 모두 28조원이 투입되는 거대 프로젝트인 서울시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이 흔들리고 있다.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이 자금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해당 지역인 서부이촌동 주민들이 사업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주민들이 반대하는 지역을 떼놓고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사업은 용산역세권의 철도차량기지(철도창) 부지와 서부이촌동 일대 56만6800㎡(약 17만평)을 665m의 랜드마크 빌딩을 포함한 국제업무, 상업, 주거 지구 등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한강 르네상스’ 계획과 연계해 서부이촌동 일대에 중국에서 한강 하구나 경인운하를 거쳐 용산까지 직접 들어오는 뱃길을 만들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
이 사업이 흔들리는 이유는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이 철도창 부지 매입을 위한 토지대금 중도금과 이자를 코레일 쪽에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납부기한까지 내지 못한 토지대금은 중도금 3000억원과 이자 1027억원 등 모두 4027억원이다. 용산역세권개발의 김병주 홍보팀장은 “최근 경제위기 상황으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어 13조원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이 없다”며 “코레일쪽에 2년 동안 납부 연기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코레일은 납부 연기를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다. 코레일 쪽은 “용산역세권개발이 중도금을 계속 내지 않으면 연체이자(연 17%)를 부과하고 보증금을 청구하며 토지에 대한 환매 절차도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면 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해당 지역인 서부이촌동 주민들도 “지은 지 2~12년밖에 안 된 아파트를 철거해야 하고, 보상가격도 분양가에 못 미친다”며 82%가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 지역 주민 정근수(47)씨는 “적절한 보상 계획도 없고, 나중에 이 곳에 돌아와 살기 위해서는 수억원의 추가로 내야 한다”며 “주민 의견을 무시하는 개발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진희선 도시관리과장은 “주민들을 설득해 전체 지역을 통합해 개발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입장”이라며 “다만 주민들이 끝까지 반대하면 개발 속도를 늦추거나 해당 지역을 분리해 개발하는 방식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용산역세권개발은 지난 15일 신라금관의 스카이라인을 형상화한 ‘아키펠라고 21’(사진)을 용산국제업무단지의 마스터플랜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이 당선작의 설계자는 독일 베를린의 유대인박물관과 뉴욕 세계무역센터 자리에 새롭게 들어서는 프리덤타워를 설계한 대니엘 리베스킨트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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