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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사람과풍경] 내일은 꼭 파도밑 고래를 만날거야

등록 2009-04-16 22:42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운항에 나서는 국내 유일의 고래관광 전용 선박인 탐구5호. ‘고래바다 여행선’이라는 애칭이 붙어 있다. 울산 남구청 제공
다음달 1일부터 본격 운항에 나서는 국내 유일의 고래관광 전용 선박인 탐구5호. ‘고래바다 여행선’이라는 애칭이 붙어 있다. 울산 남구청 제공
국내 첫 관경선 ‘탐구5호’ 시승기
길이 40여m·무게 262t 중형 선박
5월 1일부터 장생포항서 운항
잔잔한 날 수천마리 고래떼 ‘장관’

15일 오후 4시 울산 남구 장생포동 고래박물관 근처 부두. 두번째 시험운항에 나선 국내 유일의 고래관광 전용 유람선 ‘탐구5호’가 뱃고동을 울리며 천천히 움직였다. 바다는 잔잔했고 바람도 그리 세지 않았다. 선장 이용우(53)씨는 “이런 날씨에는 고래가 좋아하는 청어들이 많이 뛰논다”고 말했다. 고래를 볼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갑자기 갑판 위 무대에서 색소폰 소리가 들렸다. 100여 명의 승객들은 색소폰 연주자가 <고래사냥>을 연주하자 노래에 맞춰 손뼉을 쳤다. 1986년 국제포경위원회가 상업포경을 금지하기 전까지 고래잡이 전진기지였던 장생포항의 풍경이 떠올랐다.

탐구 5호가 남쪽으로 속도를 내자 뒤쪽으로 현대자동차에서 만든 자동차를 실은 대형 선박과 현대미포조선의 도크가 한눈에 들어왔다. 왼쪽 옆으로는 기름과 화물을 실은 대형 유조선과 화물선이 쉴 새 없이 지나갔다. 유조선에서 정유공장으로 원유를 보내는 대형 배관이 바다 위를 수놓고 있었다.

장생포항을 빠져 나온 유람선은 동쪽으로 뱃머리를 돌려 대왕암공원 울기등대로 향했다.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커다란 파도가 뱃머리와 갑판 위로 한 번씩 밀려들어 왔지만 길이 40여m, 무게 262t인 중형 선박이어서 배가 심하게 흔들리지 않았고 안전 난간도 튼튼했다.

출항한지 40분쯤 되자 지난 13일 1차 시범운항에서 수천 마리의 고래떼가 발견됐던 울기등대 5㎞ 해상이 보였다. 갑자기 뱃머리가 원을 그렸다. 파도가 갈수록 높아지자 선장이 귀항을 결정한 것이다. 승객들의 입에선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고래를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유람선은 결국 1시간30분 만에 부두로 돌아왔다.

울산 남구청은 지난 1월 국립수산과학원의 해양수산자원 조사선이었던 이 배를 무상으로 넘겨받아 3억3000만원을 들여 유람선으로 개조했다. 갑판에 100~15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함께 무대를 설치해 결혼식과 연주회를 할 수 있으며, 세미나실과 100여 명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관도 마련했다. 갑판 위에는 20여 명이 음식을 들며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귀빈룸을 갖췄으며, 뱃머리에는 1㎞ 이상 볼 수 있는 특수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남구청은 몇차례 더 시험운항을 한 뒤 다음달 1일부터 토·일요일에 유료로 운항한다. 요금은 한 사람에 1만5천~2만원으로 잡고 있다. 고래가 발견되기 어려운 날이 많아 토·일요일 밤에 3~4시간 동안 장생포항~간절곶~대왕암공원~정자해변 등 울산 앞바다를 오가며 울산·온산공단의 야경을 즐기는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글·사진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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