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5일 경기 평택 안정리 캠프 험프리에서 미군 헬기의 저공비행 사고로 지붕이 날아간 김아무개씨의 집 모습. 김씨는 이후 2개월째 인근에서 월세를 얻어 생활 중이다. 사진 평택 평화센터 제공
2월 저공비행으로 12채 파손…평택시가 긴급보수
재발방지대책도 없어…“언제 또 사고 터질까 불안”
재발방지대책도 없어…“언제 또 사고 터질까 불안”
경기 평택 안정리의 미군 험프리 기지(K-6) 옆 주택 12채가 미군 헬기의 낮은 비행으로 부서진 사건과 관련해 미군이 자신들의 과실이 드러났는데도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지 않아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27일 평택시와 송하2리 주민들, 평택 평화센터 등의 말을 들어보면, 지역 주민들은 지난 3월2일과 3월25일 2차례 걸쳐 험프리 기지 미군 제2전투항공 여단에 “미군 헬기 저공비행 때의 사고피해 대책을 세워달라”는 진정서를 냈다.
이렇게 주민들이 나선 것은 지난 2월25일 이 부대 소속 시누크헬기(CH-47)가 군용트럭을 매단채 송화2리 마을 위를 저공비행하는 바람에 민가의 지붕이 날아가고 벽이 무너지는 등 8천여만원의 피해를 낸 데 따른 것이다. 평택시는 당시 사건에 대해 “미군 자체 조사에서 헬기는 송하리 쪽으로 착륙만 하고 대추리 쪽에서는 이륙만 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어기고 해당 헬기가 송하리 쪽에서 이륙하려다가 발생한 조종사 과실 사고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군 쪽은 사건 발생 뒤 12가구의 민가 피해 가구 가운데 지붕이 날아가 인근에 월세방을 얻어 생활하는 김아무개씨에게 월세로 75만원을 준 것 외에는 아무런 보상을 하지 않고 있다. 나머지 피해 주민들에 대해서는 평택시가 국가배상에 앞서 긴급 보수 작업을 끝낸 상태다.
평택시 관계자는 “미군이 사과하고 대책이 내놓으면 미군에 대한 감정도 좋아질 텐데, 전연 사과도 없고 주민들이 진정서를 내도 말 한 마디가 없다”며 “시가 나서서 미군 쪽에 대책을 요구하면 ‘왜 시가 전화를 하냐’ ‘주민들이 직접 와서 이야기하라고 해라’는 식으로 나온다”고 답답함으로 호소했다.
이에 대해 송화2리 이순규(58) 이장은 “요즘도 미군 헬기들이 하루에도 수십차례씩 민가 상공에서 비행을 해서 언제 또 사고가 터질이 몰라 불안하다”며 “미군 부대에 진정서를 내러 가면 대답을 커녕 만나지도 못하고 돌아온다”고 말했다.
평택 평화센터 강상원 소장은 “미군 제2전투항공 여단은 지난해 7월11일 팽성읍사무소에서 스스로 연 주민간담회에서 ‘헬기의 이·착륙 때 해발 228m의 고도를 유지하고 주거밀집 지역을 피하는 새 항로를 설정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약속도 안 지키고, 사고가 나자 책임을 회피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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