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법원 잇따라 조합패소 판결…무더기 소송 예상
대구에서도 주민들의 반대에도 아랑곳없이 강제적으로 추진해 온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이 법원에서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
대구지법 제11 민사단독 원호신 판사는 28일 대구시 동구 ㅅ 주택재건축조합이 재건축에 반대하며 땅을 팔지 않겠다고 버텨 온 땅 주인 2명을 상대로 낸 소유권 이전 등기소송에서 원고청구를 기각했다. 이 조합은 2006년 6월 재건축 결의 때 낡은 주택을 헐고 지하 2층, 지상 23층 아파트 450여 가구를 짓기로 했지만 당시 토지 소유자들이 내야 할 분담액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아 재판에서 졌다.
대구고법 제1민사부도 지난 20일 대구시 중구 ㄴ 재건축조합이 아파트 300여 가구를 짓기 위해 재건축을 추진해 왔지만 같은 이유로 반대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1월에도 수성구 수성1가 재건축조합이 땅을 팔지 않으려는 땅 주인 53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대구지법은 분담액 적시가 없었다며 조합 쪽의 청구를 기각했다.
법원의 이런 판결이 잇따르면서 현재 대구 지역에서 사업 승인을 받은 재건축 및 재개발지역 50여곳에서 반대주민들이 무더기로 소송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낡고 오래된 아파트나 주택을 허물고 고층아파트를 짓는 재건축과 재개발을 하려면 75% 이상의 주민동의만 받으면 강제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에 규정돼 있어 찬반을 둘러싸고 주민들이 잦은 마찰을 빚어 왔다.
법원이 절차상 문제를 들어 강제성을 띤 재개발과 재건축에 제동을 걸리고 반대주민들에게 힘이 실리면서 현재 추진중인 재건축 및 재개발사업이 늦춰지거나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재건축 또는 재개발을 추진하려면 먼저 정비예정지구로 지정받고 난 뒤 주민들이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곧이어 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 재건축조합을 결성해야 한다. 이어 해당 구청에서 사업시행 인가를 받고 시공 건설회사를 선정한 뒤 착공과 관리계획 처분인가를 거쳐 2∼3년 뒤면 아파트가 완공된다. 대구에는 사업 승인을 받은 50여곳을 포함해 정비예정지구 273곳,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90곳이나 된다.
한상국 대구시 주택정비계장은 “지금까지는 조합이 설립된 뒤 2년이 지나 착공과 함께 제출하는 관리계획 처분 인가 때 구체적인 분담액을 결정해 온 것이 관행이었다”며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은 조합 설립 때 분담액수를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파문이 만만찮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법원 판결이 내려져 국토해양부에서 곧 구체적인 후속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