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한강 되레 죽이는 한강르네상스

등록 2009-04-30 21:37

지난달 29일 ‘한강운하백지화 서울행동’은 서초구 반포동 반포분수 야외무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녹지를 없애고 생태를 파괴한다고 비판했다. 사진 환경연합
지난달 29일 ‘한강운하백지화 서울행동’은 서초구 반포동 반포분수 야외무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녹지를 없애고 생태를 파괴한다고 비판했다. 사진 환경연합
반포공원 조성 1단계사업부터 “생태파괴” 반발
환경단체·주민들 “봄이면 유채꽃 만발했는데…”
“자연스러움이 사라졌어요. 강만 그대로고. 아파트 단지 안을 걷는 것과 뭐가 다른가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만난 박순자(53·서초구 잠원동)씨가 공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잠원동에서 20여년 넘게 살았다. 한강변은 그의 휴식처이자 추억의 장소다. 키보다 높이 자란 갈대숲에 숨어 책을 읽기도 했고, 흙길을 걸으며 입시로 힘들어하는 두 딸을 다독이기도 했다. 둔치의 길은 누가 닦아서가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났다. 구불구불하고, 비만 오면 질퍽해지는 길이었지만, 박씨는 “그 길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서울을 항구도시로 만든다는 목표로 2007년부터 한강르네상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강변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고 2010년까지 1단계 사업으로 한강공원 특화사업, 생태공원 조성, 수변 문화공간 조성 등 33개 사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570억원을 들여 반포대교 남단에 조성한 반포 한강공원은 이 가운데 첫 작품이다. 서울시는 야외 무대와 조형 언덕을 비롯해 4만㎡의 달빛광장과 글로벌 광장, 놀이터, 인라인스케이트장 등 다양한 시설물을 마련했다. ‘세계에서 가장 긴 교량분수’로 기네스북에 오른 달빛 무지개 분수도 설치했다.

그러나 환경·문화 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강을 친환경적으로 재개발한다는 한강르네상스 사업이 애초 취지에서 벗어나 되레 환경을 파괴한다는 이유에서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만든 ‘한강운하백지화 서울행동’(서울행동)은 지난달 29일 서초구 반포동 반포분수 야외무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반포 한강공원을 비판했다.

염형철 서울행동 집행위원장은 “반포 한강공원이 들어서기 전, 이 곳은 봄이면 유채꽃이 만발했다”며 “한강을 살린다면서 녹지를 없애고 한강 생태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현정 서울환경연합 초록정책국장도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자연형 호안으로 복원하기로 한 반포 특화지구에 오히려 막대한 양의 콘크리트를 쏟아붓고 돌을 깔아 야외 공연장과 도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도 우려를 표시했다. 주민 김경태(57·반포동)씨는 “콘크리트 호안을 걷어내고 다시 콘크리트로 공원을 만드는 것이 친환경적인가 의문이 든다”며 “공원을 만들어 잔디와 나무를 심을 것이면 원래 있던 녹지를 없앨 필요도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영국에서 왔다는 마크 에번스(27)씨 역시 “영국은 강과 둔치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편인데, 이 곳에서는 인공적인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