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영양풍력단지 공사로 산정상 파헤쳐”
낙동정맥이 백암산을 지나 동해바다와 나란히 달리다 주왕산 초입에 들어서면 해발 792m 맹동산과 만난다. 넓은 목장에서는 초겨울에도 소들이 풀을 뜯고, 들머리 삼의계곡에서는 맑은 물이 사시사철 흐른다. 정상 부근에는 고랭지 채소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억새풀이 수십리 능선을 이루는 모습은 장관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맹동산 정상 곳곳이 파헤쳐져 있다. 풍력발전단지를 만든다며 중장비를 동원해 마구잡이로 산을 깍아 내고 나무를 베어냈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의 조사 결과를 보면, 도로 너비는 5m로 허가를 받아 7∼8m로 개설했고, 풍력발전기 1기의 기단부 면적도 188㎡로 허가를 받아 놓고는 몇배의 산림을 훼손했다. 7일 현장을 방문한 대구경북녹색연합 이재혁 운영위원장은 “낙동정맥이 지나는 맹동산 정상의 절반을 깍아내 원상복구가 어려워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이 위원장은 “멸종 위기 식물인 노랑머리붓꽃이 맹동산 정상에 군락을 이루고 있지만 사전환경성 검토 때 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경북 영양군 석보면 요원리와 삼원리 일대 맹동산 정상에는 현재 스페인 풍력발전회사 ㅇ 사가 공사중이다. 이 회사는 경북도, 영양군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영양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의 허가를 받아 지난해 7월부터 1.5㎿짜리 풍력발전기 51기를 건설하고 있으며, 현재 35기가 완공돼 가동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16기는 올해 연말쯤 완공된다. 이 회사는 이곳에 1.5㎿ 규모의 풍력발전기 50기를 더 설치할 계획이다.
대구경북녹색연합은 “절개지의 경사가 심해 산사태가 예상되고, 산 아래 영덕군 창수면 방가골 주민들은 식수원이 오염됐다는 민원도 접수됐다”며 “영양풍력발전단지 공사를 당장 중단하고 이미 훼손된 곳은 복구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덕국유림 관리사무소는 “환경단체가 주장하는 내용 중 진입도로 너비가 일부 넒게 건설된 것은 사실이나 풍력발전기 기단부의 허가 면적보다 많이 훼손된 부문은 곧 복구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