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흉 점치는 ‘무르팍’ 느티나무
충북 보은 평각리 ‘풍년 예고’
“둥구나무 잎이 무성한 걸 봉께(보니까) 올해도 풍년이여.”
충북 보은군 탄부면 평각2리 주민들은 벌써 풍년 기대감에 들떠 있다. 500여년 동안 마을과 함께해 온 느티나무가 올해 풍년을 점지했기 때문이다. 이 마을 최병희(70)씨는 “둥구나무 윗가지나 아랫가지 어느 한쪽에서 잎이 먼저 나거나 잎이 듬성듬성 나면 흉년이 들고, 나무 전체 잎이 무성하면 풍년이 들었다”며 “올해는 잎이 고르게 잘 나서 틀림없이 풍년”이라고 말했다.
마을 어귀에 마을 수호신처럼 서 있는 이 느티나무는 1960년대 두 차례 벼락을 맞아 동·남·북쪽 가지는 부러져 없어지고, 서쪽 가지만 남았다. 주민들이 쓰러질 위기에 몰린 나무에 지지대를 대고, 제사까지 지내면서 정성을 쏟자 나무는 기적처럼 살아나 신통력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은 휘어진 서쪽 가지에서 난 잔 가지가 하늘을 향하는 기형적인 모습이지만 건강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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