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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수십년 된 한옥 허물면서 새 한옥 짓는다니…

등록 2009-05-13 23:57수정 2009-05-14 00:10

1974년 이곳에 정착한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맨 왼쪽)가 2007년 동소문동 자택 한옥에서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6가의 한옥 모습.(아래) 이종근 기자 <A href="mailto:root2@hani.co.kr">root2@hani.co.kr</A>,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제공
1974년 이곳에 정착한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맨 왼쪽)가 2007년 동소문동 자택 한옥에서 재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재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6가의 한옥 모습.(아래)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제공
재개발 반대싸움 3년째
성북구 동소문동 주민들
옆마을 신축발표에 울분
윤용희(63)씨는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6가의 한옥에서 지난 38년 동안 살았다. 38년 전 이 일대 집들은 대부분 한옥이었다. 종로구 북촌처럼 1920~1930년대 지어진 집들이었다. 이 동네에서 남편도 만났다. 27살에 결혼한 뒤에도 이 마을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저층의 한옥이 오순도순 모여있는 우리 동네가 참 예뻤다”고 말했다. 지금은 200채 가까이 되던 한옥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40여채만 남았다.

지난 세월, 맑은 날에는 가족들과 흙을 만지며 꽃을 가꿨고, 비오는 날에는 처마끝에서 떨어지는 빗소리에 귀기울였다. 그는 “한옥은 내 몸에 꼭 맞는 옷처럼 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2005년 위기가 닥쳤다. 이 일대가 동선3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남아있던 40여채의 한옥이 사라질 처지에 놓였다. 개발업자와 일부 주민들은 “재개발하면 돈 번다. 목돈을 쥐려면 한옥을 허물고 아파트를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윤씨는 “많은 주민들이 한옥을 내주기만 하면 무조건 돈을 버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재개발 뒤 아파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몇천만원에서 몇억원까지 돈을 내야 했다. 토지 보상비는 감정가여서 시가에 미치지 못했다.

구청에서 조사해 간 이 일대의 건물 노후도는 60.73%가 나왔다.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되기 위해서는 노후도가 60%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를 아슬아슬하게 넘긴 것이었다. 윤씨를 비롯해 개발에 반대하는 주민들은 서울시에 안전진단 내역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시에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결국 행정소송 끝에 관련 서류를 볼 수 있었다. 1974년 이곳에 정착한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61)는 “그곳에는 2006년에 신축된 4층 빌라가 2층 양옥으로 둔갑해 노후·불량 건축물이 되거나, 실제 노후도와 관계없이 지은 지 20년이 지난 건물 모두가 노후·불량 건축물로 기록돼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한옥들은 모두 노후·불량 건물로 분류됐다. 주민 20여명은 2007년 12월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를 상대로 재개발구역 지정취소 소송을 냈다. 재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성북구는 지난 12일 성북동 226 일대 성북 제2주택재개발 구역에 한옥 50채를 새로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곳은 동소문동 6가에서 2㎞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다. 한 쪽에서는 수십년된 한옥을 철거하면서, 또 한쪽에는 돈을 들여 새로 한옥을 짓겠다는 것이다. 한옥과 함께 늙어 온 주민들은 시름겹다. 윤씨는 “한옥을 새로 짓는 일은 긍정적이지만, 그 한옥도 20년이 지나면 없애버릴 것이냐”며 “개발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고 말했다. 주민 국내환(59)씨도 “한옥이 좋아 한옥에서 살겠다는 사람들이나 내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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