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권택 감독이 1976년 국방부 지원으로 만든 전쟁영화 <낙동강은 흐르는가> 촬영 장면. 임 감독은 “당시 국방부에서 등장인물 중 북한 기갑부대장의 군복이 너무 멋있다는 이유로 그의 군복만 흑백으로 처리하게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시네마테크 부산 제공
15일부터 ‘시네마테크 부산’서 초기작품 무료상영
한국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60~70년대 초기작품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시네마테크 부산은 15~26일 한국영상자료원, 동서대 임권택 영화연구소 등과 함께 ‘미지의 임권택-초기 장르영화들의 재발견’이라는 주제의 기획전을 마련해, 임 감독의 60~70년대 작품 10편을 무료로 상영한다. 상영작은 임 감독의 네번째 작품이자 첫번째 사극인 <망부석>(1963)을 비롯해 첫 컬러영화 <요화 장희빈>(1968), 세르지오 레오네의 <황야의 무법자>에서 영감을 얻은 활극 <황야의 독수리>(1968), 에로틱한 서스펜스 드라마 <속눈썹이 긴 여자>(1970), 전쟁영화 <낙동강은 흐르는가>(1976)까지 다양한 장르를 망라한다. 기획전 기간 중 시네마테크 부산 1층 로비에서는 임 감독이 2005년에 수상한 베를린영화제 명예 황금곰상 트로피를 비롯해 원본 시나리오와 현장 사진, 친필 메모 등 동서대 임권택 영화연구소가 소장하고 있는 임 감독의 다양한 현장자료도 전시한다. 16일 저녁 7시에는 ‘젊은 임권택의 영화적 분투’라는 주제의 초청강연도 열려, 임 감독이 100편에 이르는 자신의 영화인생을 회고하면서 스스로 말하기를 망설여 온 초기작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줄 예정이다. 임 감독은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영화계에 데뷔한 뒤 2007년 <천년학>까지 100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스스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첫번째 데뷔작’이라고 부른 <잡초>(1973)가 나오기까지도 50편의 영화를 만들어냈다. 안영수 시네마테크 부산 홍보팀장은 “70년대 중반까지 임 감독이 만든 장르영화들은 후기의 진지하고 예술성 높은 작품들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며 “당시 충무로의 싸구려 장르 안에서도 임 감독이 종종 걸출한 미학적 성취를 이뤄냈다는 것과 함께 당대를 주름잡았던 명배우 윤정희 김지미 장동휘 박노식 등의 면모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inema.piff.org (051)742-5377.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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