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들, 임시회 질의서 집중포화
“일부 교육청 공무원들 고의적 태업 조짐도”
“일부 교육청 공무원들 고의적 태업 조짐도”
“후안무치한 행위이며 (도민들을 기만한) 야바위 행위다.”
20일 경기도의회 제241회 임시회에서 오정섭(한나라당·부천7) 의원은 새로 선출된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을 상대로 무상급식 정책 등의 실행 여부를 놓고 이런 막말을 쏟아놓았다. 오 의원은 “특목고를 왜 ‘부의 세습’이라고 비판하나”고 따져묻는가 하면, “무상급식을 이야기하는데 (실시하는 시기에) 본인이 자리에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고 재원 조달방안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오 의원은 심지어 “양의 머리를 내놓고 실제로는 개고기를 파는 것”, “혹세무민하는 것”, “무지의 극치고 권모술수”, “일장춘몽으로 끝날 것”이라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놓으며, 김 교육감의 ‘석고대죄’까지 요구했다.
그러나 김 교육감도 물러서지 않았다. 김 교육감은 “공약은 앞으로 경기도교육청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무상급식은 한꺼번에 모두 시행하는 게 아니라 급식비를 내지 못하거나 농촌 벽지에 사는 학생들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이날 김 교육감을 몰아붙인 사람은 오 의원만이 아니었다. 도의회 다수당인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작심한 듯 김 교육감의 공약을 질타했고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고성을 주고 받기도 했다. 백승대(민주당·광명2) 의원은 “질의 과정에서 무례가 있었다면 대신 사과하겠다”며 “최소한의 품위와 품격을 유지하면서 상호 존중하는 태도를 지니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범민주 단일후보’로 교육감에 당선돼 ‘무상급식 확대’ ‘고교 평준화 확대’ 등 정책 실행에 나선 김 교육감은 이날 처음으로 도의회에 참석해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그러나 김 교육감이 넘어야 할 산은 도의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도의원들의 사전에 보낸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경기도교육청의 일부 부서는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알 수 없으니 답변서를 쓸 수 없다”고 답변서 작성을 거부하기도 했다. 또 어떤 부서에서는 업무추진 내용을 보고하면서 엉터리 보고자료를 제출했다가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일부 공무원들의 김 교육감에 대한 ‘거부감’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민선 교육감이 처음이다 보니 일부 공무원 사이에서 일종의 ‘집단 패닉’ 현상이 나타난 것 같다”며 “일부 공무원들은 고의적으로 태업하려 해 상당히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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