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진북고 역사관 개설
전주 진북고 역사관 개설
호롱불·옛 사진 등 전시
호롱불·옛 사진 등 전시
“기와집의 머슴보다 토굴 속의 자립하는 주인이 되자.”
해방후 문맹퇴치를 위해 야학으로 출발한 전북 전주의 진북고가 어려운 시절의 주경야독 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최근 역사관을 개설했다.
본관 1층 현관을 개축해 마련한 역사관에는 야학 때 사용하던 호롱불, 직업교육 때 쓰던 재봉틀이 진열돼 있다. 또 노천 수업, 야외 졸업식, 교사들의 표정, 완주군 소양면으로 떠난 소풍 등 1940~70년대 빛바랜 사진이 전시돼 있다.
특히 70년대 중반 운동장을 잃은 뒤, 설립자인 고 방촌 송동석 선생이 쓴 ‘한 사람이라도 배움을 원하면 교문은 열려 있어야 한다’는 글이 눈에 띈다.
서민교육에 일생을 바친 20세기 마지막 ‘상록수’인 방촌은 1947년 문맹퇴치운동으로 시작해 1955년 중학교 과정의 고등공민학교를 설립했다. 이 지역 근로청소년에게 배움의 기회를 준 것이다. 그는 학생들의 자립을 위해 50년대 가마니 짜기와 왕골공예, 60년대 라디오 조립과 전자기술, 70년대 유실수 영농교육 등 ‘1인1기술’ 직업교육을 했다.
아들 송헌섭 교장은 “아버지는 수건을 네조각으로 나눠 쓰고, 교복을 입고 생활하는 등 근검절약을 몸소 실천하셨다”며 “어려운 시절에 생활했던 당시 모습을 학생들이 기억하고 그 정신을 계승해 자신감을 갖도록 역사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진북고는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배움려는 의지가 강했던 한국전쟁 시절을 기억하기 위해 체험수업을 2002년부터 열고 있다. 6월25일 전깃불을 끄고 주먹밥, 감자, 옥수수 등을 먹으며 당시를 체험한다.
중학교 과정만 있던 진북고는 1987년 일부 학력인정 고교로 승인을 받았다. 한 학년에 5학급씩 모두 15학급이 고, 5학급 중에서 1학급을 만학도를 위해 야간으로 운영한다. 학생 620명과 교사 34명이 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진북고 제공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사진 진북고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