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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성북 한옥마을 지킴이들 ‘5년 싸움’ 결실

등록 2009-06-04 22:35

피터 바돌로뮤(61)
피터 바돌로뮤(61)
서울행정법원, 동선3재개발구역 지정 취소 판결
미국인 바돌로뮤, 사업 허구성 알리며 소송 이끌어
“동선 제3재개발구역 지정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서울시)가 부담한다.”

4일 오후 2시 서울행정법원 203호. 재판장의 선고에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61)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신과 주민들이 사는 한옥을 지키기 위해 지난 5년 동안 재개발에 맞서 싸워온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성지용)는 이날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6가 일대 동선 제3재개발구역 주민 20명이 주택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01년 증·개축된 건물 1동과 철거된 4개 동의 건물을 노후·불량 건축물에서 제외하면 이 구역의 노후·불량률은 58.8%로 기준인 60% 이상에 미치지 못한다”며 “2007년 10월 서울시가 이 구역 건축물의 노후·불량률을 60.4%라고 조사한 것을 근거로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한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한다”며 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이 구역의 주택재개발 사업은 중단된다. 이번 재판을 이끌어온 바돌로뮤는 “솔직히 그동안 힘이 많이 들었다”며 “이런 날이 오기를 수년 동안 기다렸다”고 말했다. 패소한 서울시는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동네에 위기가 찾아온 건 2004년의 일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이 일대를 도시·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 구역으로 고시했다. 주민들은 ‘반대파’와 ‘찬성파’로 나뉘어졌다. 찬성파 주민들과 재개발 업자들은 “목돈을 쥐려면 한옥을 허물고 아파트를 세워야 한다”고 말하고 다녔다.

이 동네 한옥에 살고 있던 바돌로뮤는 이웃들을 찾아다니며 재개발 사업의 허구성을 알렸다. “한옥을 내준다고 무조건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아파트에 들어가려면 추가비용을 내야 해 오래 살아온 이 동네를 떠나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북촌의 사례를 들어 한옥의 경제적 가치도 설명했다.

바돌로뮤를 중심으로 뭉친 재개발 반대 주민들은 서울시와 성북구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2007년 8월 서울시는 이 동네를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맞서 바돌로뮤 등 주민 20여명은 2007년 12월 서울행정법원에 서울시를 상대로 재개발구역 지정취소 소송을 냈다. 그렇게 서울시와 1년6개월 동안의 송사를 벌였고, 1심 법원은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바돌로뮤는 “아름답고 살기 좋은 한옥을 없애고 왜 온나라를 똑같은 콘크리트 고층 아파트로 채우려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번 판결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한옥들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 이병구(72)씨도 “한옥은 낡고 뒤떨어진 집이 아니다”라며 “한옥이나 오래된 동네에서 살고 싶은 사람들에게 재개발을 강요하는 일을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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