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육·의료·문화부문’ 특화 개방도시로 바뀌어야”

대구경북연구원 홍철(63)

대구경북연구원 홍철 원장 인터뷰

“대구는 이제 폐쇄를 넘어 개방도시로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대구 지역 주류층을 향해 평소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던 대구경북연구원 홍철(63·사진) 원장이 10일 “한때 잘 나가던 대구가 지금은 가장 뒤쳐진 도시가 돼 버렸다”며 이렇게 된 구체적인 이유를 분석하면서 대구가 잘 살수 있는 몇가지 방안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대구경북연구원이 매주 발행하는 간행물 ‘대경 시이오 브리핑 200호’에서 “섬유에 의존해 먹고 살며 잘 나가던 대구는 1990년초 섬유산업이 쇠락하면서 오랫동안 지역경제가 침체돼 왔다”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돈도 없고 힘도 없는 4년 임기의 대구시장은 우주선도 없이 하늘의 별을 따려고 했다”고 말했다. 섬유를 살리려고 밀라노프로젝트를 해봤고, 테크노폴리스를 건설해 연구개발 중심도시를 꿈꿔봤지만 시민들에게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패션도시, 솔라시티, 연구개발 중심도시, 글로벌 지식경제자유도시, 메디시티 등 시장이 교체될때마다 대구시의 목표와 전략이 바뀌면서 시민들은 혼란스럽고 서민들의 살림살이가 갈수록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1961년 이후 30년 동안 중앙권력의 비호 아래 안주해 왔던 보호막이 걷히면서 휘몰아치는 비바람속에서 자생력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홍 원장은 “많은 대구시민들이 국가권력의 이동과 서해안시대의 개막 등 외부적인 환경을 원인으로 꼽고 있지만 오늘 대구가 추락하게 된 것은 남탓보다는 내탓이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뒤 지도층 인사들이 또 희망을 걸고 있다”며 다시금 의타심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했다.

지금부터라도 대구의 목표가 흔들리지 않고 교육과 의료, 문화부문에 특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다음달 결정되는 첨단의료복합단지의 유치와 영남권 신국제공항 건설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국제공항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구시민들이 생각을 개방적으로 바꾸는 것이고, 열린 마음으로 낯선 사람들에게도 친절을 베푸는 세계시민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대대적인 의식 개혁 범시민운동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시민들은 일가, 동문, 고향모임 등 소위 ‘계추’라고 부르는 친목모임이 많아 끼리끼리 문화에 젖어 있고, 대구 공무원은 전국에서 가장 권위적인 집단으로 기업인들이 대화하기 조차 힘든다고 합니다.” 그는 “세상 변화에 둔감하며 폐쇄적이고, 권위적이며 혈연과 학연, 지연을 중시하는 풍조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며 “시민들의 살림이 나아지려면 고향인 대구가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평소 생각을 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홍 원장은 대구에서 경북중을 졸업한 뒤 서울로 가 건설교통부 차관보, 기획관리실장, 국토연구원장 등을 지냈으며, 2004년 대구로 돌아와 대구경북연구원장으로 재임중이다.

구대선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