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연 맺어 서로 챙겨주기
“언니를 빨리 보고 싶어요.”
울산 울주군 온양읍 온남초등학교 3학년 희진(10)이는 얼마전 자매결연을 맺은 6학년 언니 해인(13)이를 만나는 날(6월4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희진이는 “친언니는 아니지만 자매결연식 때 정답게 챙겨주던 언니가 자꾸만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해인이도 “언니라고 부르며 살갑게 다가오는 희진이가 무척 사랑스럽다”며 “친동생처럼 느껴져 기분이 무척 좋다”고 말했다.
희진이와 해인이처럼 온남초등학교 학생 1300여명은 언니·형·동생이 하나씩 생겼다. 이들은 지난 14일 학교 운동장에서 1-4학년, 2-5학년, 3-6학년이 각각 짝을 이뤄 ‘형제·자매 결연식’을 벌였다. 이날 학생들은 형제·자매 선서하기, 사랑의 편지 나누기, 서로 안아주기, 형제·자매 노래부르기 등의 행사로 돈독한 우애를 다졌다.
이들은 개인적으로 편지를 주고 받거나 따로 보기도 하지만 매달 둘쨋주 토요일마다 ‘형제·자매의 날’ 행사를 통해 집단으로 만난다. 형제·자매의 날엔 두 사람이 짝을 이뤄 1시간여 동안 교실과 대강당, 운동장에서 그림 그리기, 종이접기 등 공동 작품 제작을 통해 우애를 쌓는다.
온남초등학교가 지난해 9월에 이어 올해 두번째로 전교생 자매결연에 나선 것은 학교폭력을 사전에 예방해 학생들이 안심하고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매결연 행사를 맡고 있는 양희숙(43) 교사는 “전교생이 형제·자매결연을 맺은 뒤 학교폭력이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아이들이 정기적인 만남 횟수를 늘려 달라고 건의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울산시교육청 관계자도 “학교폭력 자체가 몰래 이뤄져 온남초등학교의 형제·자매결연 운동의 효과를 수치로 측정할 수 없지만 이 학교 아이들이 서로 챙겨주고 수업 분위기도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와 다른 학교들이 본받으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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