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만들어 나눠주고 지자체는 되사주고’
울산 울주군에서 지난달부터 희망근로를 하고 있는 김아무개(59)씨는 얼마 전 처음으로 임금(90여만원)의 30%를 상품권으로 받았다. 하지만 집에서 가까운 가맹점엔 필요한 물품들이 없고, 필요한 몇 개의 물품도 마음에 들지 않아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는 “생필품이 많은 대형마트에서 상품권을 사용할 수 없고, 석 달 안에 사용하지 않으면 휴지 조각으로 변하는 등 상품권 사용에 불편함이 많다”고 밝혔다.
이런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울산에서도 자치단체와 유관단체들이 희망근로 상품권을 사주는 운동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울산 북구는 16일 희망근로 참가자 가운데 차상위 계층과 70살 이상 고령자가 지급받는 상품권을 사주는 운동을 시작했다. 이달 말까지 직원들과 자매결연을 하고 있는 단체 등에 공문을 보내거나 전화로 협조를 요청할 예정이다.
운동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5만원 또는 10만원을 자율적으로 구청에서 개설한 상품권나누기통장에 입금하면 희망근로사업 임금 지급일에 상품권을 받고, 구청은 입금액을 모아 희망근로 참가자들에게 현금으로 균등하게 나눠주는 방식이다.
중구의 보육시설 100여 곳도 구청의 협조 요청에 따라 최근 모임을 열어 현재 각 보육시설에 배치된 희망근로자들이 받고 있는 상품권을 사 주기로 했다. 앞서 66곳은 희망근로 참여자들이 받은 상품권 1000만원가량을 구입해 보육시설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샀다.
자치단체들은 희망근로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보고 상품권 사주기운동을 확산시켜 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공무원들은 강제 할당을 못마땅해하고 있다. 북구의 한 직원은 “자발적으로 참여자를 모집한다고는 하지만 10~11월 울산서 열리는 옹기엑스포 입장권처럼 결국 직원들에게 부담이 돌아갈 것으로 본다”며, “상품권을 임금의 일부로 지급하는 실패한 정책의 후유증을 공무원들에게 떠안기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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