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거처 수동성당도 ‘불안’…압박전화 오고 교구도 이전요청
충북 청주 수동성당 한켠에 서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 표지석이 외롭게 됐다.
이 추모 표지석은 노 대통령 추모 청주시민위원회가 성금을 모아 만들어 지난 10일 청주 상당공원에 설치하려 했지만 청주시와 보훈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임시로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청주시가 시민 여론조사(설치 반대 62.8%) 결과 등을 이유로 불허해 상당공원 설치는 사실상 물건너 갔다.
여기에 수동성당 안 임시 거처도 유지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들이 수시로 성당에 전화를 걸어 옮길 것을 압박하고 있는 데다 천주교 청주교구도 25일까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성완해 천주교 청주교구 사무처장 신부는 “성당 구내에 이런 시설이 있었던 적도 없고, 있어서도 안된다”며 “원인(표지석)을 제공한 이들이 제거하기를 희망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그 다음 양보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곽동철 수동성당 주임신부는 “쫓기다 열린 문으로 들어온 것을 받았고, 다시 문으로 나갈 때까지 기다릴 뿐”이라며 “압력하고 명령하는 것 자체가 웃기고 창피한 일”이라고 했다.
김연찬 추모시민위원장은 “5만여명의 시민들이 추모한 일과 노 전 대통령의 뜻을 기억하자는 것 뿐인데 자꾸만 밀어내 안타깝다”며 “시민들의 의견을 받아 처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시민 의견 전화 (043)299-8532.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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