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주(54)소장
보은군 매화리 이금주 소장…7년째 웃음치료 보급
충북 보은군 탄부면 매화보건진료소 이금주(54·사진)소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다. 진료, 예방접종, 환자 관리 등으로도 하루해가 짧지만, 일과를 마친 뒤 건강 체조와 웃음 치료를 가르치느라 여념이 없다. 이 소장은 2002년 9월 건강체조 비디오테이프를 구해 3개월여 독학을 해 체조를 익혔다. 까닭은 이를 통해 노인들에게 기쁨과 건강을 주기 위해서다. 그는 그해 겨울부터 마을을 찾아 노인들에게 체조와 웃음을 전파하고 있다. 벌써 7년째다. 요즘엔 소문을 들은 마을 곳곳에서 방문 요청이 줄을 잇는다. 인기스타 못지않다.
그는 “일에 치여 신경통, 근육통, 스트레스 등 만성 질환에 지친 농민들의 몸과 마음을 풀어 주려고 시작했는데, 요즘 연예인 못지않은 유명세를 타고 있다”는 말과 함께 웃었다. 이 소장과 체조를 익힌 주민 30여명은 아예 체조단을 꾸려 농한기 군 축제 등에서 공연까지 벌인다. 지난 3월 보은노인회 건강체조 대회, 지난해 11월 충북농협 주최 활력체조 건강 대회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 생활을 하던 이 소장은 1981년 9월 보은군 회남 보건지소로 향했다. 이유는 “의료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농촌 주민들을 돕고 싶다”는 하나였다. 회남·고석진료소를 거쳐 88년 10월 옮긴 매화진료소에서는 지금까지 21년 동안 8개 마을 800여명의 건강을 살피고 있다. 그는 “보건진료원이라기보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이웃”이라고 했다.
주민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누구랄 것도 없이 아침저녁으로 쌀은 물론 옥수수·호박·고구마 등 먹을거리를 진료소 문 앞에 가득 내려놓고 간다. 그는 “이제껏 시장에 간 것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주민들이 놓고 간 채소들은 다시 주민들에게 돌아 간다. 그는 월요일마다 보은지역 가정 돌봄 도우미들과 반찬을 만들어 움직임이 힘든 홀몸 노인들을 찾아간다. 청소에 말동무까지 하다 보면 밤이 깊어야 진료소 사택으로 돌아온다. 그는 “진료도, 체조도, 웃음 치료도 모두 내가 즐거워서 하는 것”이라며 “날마다 행복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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