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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무가내 재개발에 불광동성당 ‘수난’

등록 2009-08-17 21:43수정 2009-08-19 09:58

건축가 김수근의 대표적 종교 건축물로 뽑히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성당의 담장 부근 바닥에 균열이 생겼다. 불광동성당(왼쪽 건물) 주변에 불광제7구역 주택재개발사업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김태형 기자 <A href="mailto:xogud555@hani.co.kr">xogud555@hani.co.kr</A>
건축가 김수근의 대표적 종교 건축물로 뽑히는 서울 은평구 불광동성당의 담장 부근 바닥에 균열이 생겼다. 불광동성당(왼쪽 건물) 주변에 불광제7구역 주택재개발사업 터파기 공사가 한창이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재개발 착공 넉달만에 바닥 균열 담장 기우뚱
“김수근의 대표 종교건축물, 붕괴위험 경고 모르쇠”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던 지난 16일 오후, 서울 은평구 불광동성당에는 적막이 감돌고 있었다. 담장을 따라 예배당으로 이어진 ‘십자가의 길’로 들어서자 ‘출입금지’ 팻말이 사람들의 접근을 막았다. 바닥은 30m의 길을 따라 1~3㎝ 폭으로 갈라져 있었고, 군데군데 움푹 패인 곳도 보였다. 담장은 기울어지거나 일부는 이미 무너져 있었는데, 기울어진 담장에는 지지대가 아슬아슬하게 설치돼 있었다. ‘십자가의 길’ 끝에 위치한 ‘성체 조배실’(24시간 기도실)도 벽면에 금이 가 출입이 금지된 상태였다.

장충동 경동교회, 마산 양덕성당과 함께 건축가 김수근의 3대 종교 건축물로 꼽히는 불광동성당이 주변 재개발 공사로 붕괴될 우려에 처했다. 이 건물은 1985년 완공된 뒤 한국건축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불광동성당의 연강섭(56) 성전보존위원회 팀장은 “2008년 3월부터 시행된 불광제7구역 주택재개발사업으로 그해 7월부터 성당 담장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상태가 심각해지자 성당 쪽은 지난 2월 서울 서부지법에 공사중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두 달 뒤인 4월에 법원은 ‘물막이벽(차수벽)을 설치한 뒤에만 공사를 할 수 있다’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연 팀장은 “시공사가 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물막이벽 대신 흙막이벽만 설치하고 공사를 강행해 지난 6월26일부터는 본당 바로 앞까지 갈라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홍성만(63·미카엘) 불광동성당 신부는 “‘십자가의 길’에는 예수님의 수난기가 14개의 부조로 형상화돼 있어 기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노인들이 본당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며 “재개발로 성당이 위험해져 이들이 계단으로 힘들게 다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성수(55) 불광동성당 남성총구역장은 “1년6개월 전 재개발 공사가 시작되면서부터 수십차례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시공사 쪽은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미리 준비했다면 이런 위험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태석 현대건설 홍보부장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물막이벽을 설치하고 공사를 진행했다”며 “재개발 공사가 예배당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는 없지만 담장은 새롭게 설치해주기로 성당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장은 “역사적·예술적으로 가치 있는 건물을 보존하기는 커녕 붕괴할 위험이 있다는데도 재개발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분명한 보존 대책을 세우고 개발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욱 송채경화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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