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민주공원 버스 정류장에 서 있는 노선 시내버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노선 안내판의 ‘민주공원’이라고 표시돼 있던 자리에 ‘중앙공원’이라고 적힌 스티커를 덧붙여 정류장 표시를 바꿔놓았다. 민주공원 제공
10년동안 쓰던 부마항쟁 기념 ‘민주공원’ 사라져
“군경유족회 민원” 해명에 “여론수렴도 없이” 반발
“군경유족회 민원” 해명에 “여론수렴도 없이” 반발
부산시내 각지에서 민주공원까지 운행하는 시내버스 노선에 표시된 ‘민주공원’이 느닷없이 사라져 시민들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다.
부산시는 최근 해운대구 반여동과 좌동, 영도구 해양대와 원우아파트 등지에서 중구 영주동 민주공원까지 운행하는 4개 노선의 시내버스에 ‘민주공원’으로 표시돼 있던 정류장 표시를 ‘중앙공원’으로 바꿨다고 27일 밝혔다. 민주공원은 대청산 중앙공원 안에 먼저 세워진 충혼탑 반대쪽에 별도의 시설물 등으로 꾸며져 있으며,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가 부산시 시설관리공단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1999년 10월 민주공원 개관과 함께 이곳까지 운행하는 시내버스들의 정류장 이름을 ‘민주공원’으로 바꿔 10년 가까이 사용해 왔다.
이에 대해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민주공원 쪽은 “그동안 시내버스는 물론 관광안내서 등 각종 노선 안내책자 등에 사용해 오던 이름을 여론 수렴도 없이 갑자기 바꾼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며 “민주공원은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민주화운동의 상징기념물로 널리 알려져 지난해에만 28만명이 다녀간 민주화의 성지이자 대표적인 관광지”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기념사업회와 민주공원은 “시내 도로 표지판에도 관광지를 나타내는 갈색 바탕에 민주공원으로 표기돼 있는데도 일부 단체가 반발한다는 이유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민주공원’ 표기를 없앤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라고 덧붙였다.
주부 김아무개(43·해운대구 좌동)씨는 “얼마 전 아이들과 함께 참여할 만한 행사가 열려 민주공원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려 했으나 노선 표시가 바뀌어 잠시 당황했다”며 “이미 시민들에게 익숙해진 버스 정류장 이름을 굳이 바꿔야 할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안 그래도 이명박 정부 들어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많은데, 버스 정류장 이름에서조차 민주라는 말이 사라져 더욱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부산시 관계자는 “전몰군경유족회 등 단체의 민원이 있어 관계 부서에 의견을 조회해 검토한 끝에 시내버스 정류장의 이름을 바꾸게 됐다”며 “시내버스 정류장 이름은 가급적이면 대표성 있는 공공기관이나 건물 이름을 쓰게 돼 있어 ‘중앙공원관리사무소’로 바꿨으나 버스에는 ‘중앙공원’으로 표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앙공원은 애초 6·25전쟁 피란민들이 판자촌을 이루고 살던 곳에 시민 휴식공간으로 충혼탑과 함께 조성됐던 대청공원이 1986년 현재 이름으로 바뀌었으며, 민주공원은 4·19혁명과 부마민주항쟁, 6월 민주항쟁 등 민주화운동 정신을 기리기 위해 중앙공원 안에 따로 조성해 1999년 10월 부마민주항쟁 20돌 기념일에 문을 열었다.
부산/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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