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칙함을 벗은 서울 한강의 다리들. 왼쪽부터 강변북로 아래에 조성될 야외공연장, 한남대교 남쪽에 조성된 ‘카페 레인보’, 마포대교 남쪽 아래의 ‘서울색 공원’, 걷고 싶은 다리로 바뀐 광진교. 서울시 제공
반포·노량대교 등 곳곳 문화·체육시설 조성
광진교는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광진교는 자동차 중심에서 보행자 중심으로
괴물은 원효대교 북단 복개된 만초천(욱천)에서 서식하고 있었다. 음산하고 칙칙한 콘크리트 구조물에 거꾸로 매달려 먹잇감을 찾거나, 다리밑 빗물하수장에 누워 하루의 고단함을 달랬다. 굳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한강 다리는 어둡고 스산한 공간의 대명사였다. 삭막하고 딱딱한 회색빛 구조물은 오직 자동차를 위한 공간이었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은 아니었다. 이런 다리가 변하고 있다. 다리 위에 전망대와 문화체육시설도 들어서는가 하면 다리 아래에는 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 5월까지 강변북로와 노량대교 아래에 각종 문화·체육시설과 자전거 전용도로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1일 밝혔다. 정비대상은 반포대교 북단~금호나들목~중랑천 합류부로 이어지는 강변북로 아래 3.8㎞ 구간과 노량대교~흑석초등학교~반포천 합류부로 이어지는 올림픽대로 아래 2.2㎞ 구간이다. 반포대교 북단 아래에는 야외공연장, 분수벽, 자전거도로가 조성되고, 금호나들목 주변에는 자전거 정비소와 편의시설, 체력단련시설 등이 들어선다. 노량대교 아래로는 전망대와 이벤트광장, 운동시설이 설치되고 산책로가 새롭게 꾸며진다.
이런 변화는 한강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지난달 24일에는 마포대교 남단 아래에 ‘서울색 공원’이 조성됐고, 지난 7월1일에는 한남대교 남단에 전망대 겸 휴게시설인 ‘카페 레인보’가 문을 열었다. 서울색 공원에는 ‘단청빨간색’ ‘남산초록색’ 등 서울의 대표색 10가지를 활용한 조형물과 의자를 설치해, 다리 밑의 어둡고 침침한 공간을 밝은 휴식공간으로 탈바꿨다. 한남대교 위에 4층 규모로 조성된 카페 레인보는 전망대와 전시공간을 갖춘 복합 문화공간이다. 1·2층엔 한남대교 아래 한강변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계단과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고, 3·4층은 복층 구조로 전망대와 전시공간, 자전거를 주제로 한 카페로 채워졌다.
자동차 중심의 다리가 보행자 중심의 다리로 재탄생한 곳도 있다. 지난 7월1일 개장한 광진구 광장동과 천호동을 잇는 광진교는 기존의 4차로 가운데 2차로를 보행로와 자전거전용도로, 녹지공간으로 바꿨다. 애초 3m에 불과했던 보행로 폭을 10m로 넓히고 보행로 곳곳을 녹지공간(1921㎡ 규모)으로 꾸몄다. 다리 아래에는 한강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582㎡ 규모의 전망대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밖에 한강·양화·동작·잠실대교 등에도 카페형 전망대가 조성되고, 다리 가운데에서 한강둔치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과 버스정류장도 설치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한강다리 아래쪽 공간을 문화·휴식공간으로 이용하면 공간활용도도 높아지고 다리 밑의 어둡고 삭막한 이미지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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