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자금난·분양률 낮아…“높은 값·허가남발 탓”
피해자들 “브랜드 믿었는데 발뺌만” 소송 나서
피해자들 “브랜드 믿었는데 발뺌만” 소송 나서
울산에 대규모 아파트를 지으려던 수도권의 대형 건설회사들이 분양률 저조와 자금난으로 잇따라 사업을 포기하거나 공사를 중단해 계약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2001년 옥동 ‘문수로 아이파크’를 시작으로 울산에서 연거푸 분양에 성공했던 현대산업개발은 남구 신정동에 886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내년 9월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3.3㎥당 1600만원으로 울산에서 분양가가 가장 높은데다 경기 침체가 겹쳐 분양률이 약 10%(90여 가구)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울산에서 견본주택 공개하고 분양을 시작한 뒤 사업을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아파트 계약자들은 “유명 브랜드를 보고 계약을 했는데 시공사가 시행사에만 책임을 떠넘기며 발을 빼고 있다”며 분양 납입금 환수소송에 나설 태세다.
애초 다음달 준공 예정인 울주군 범서읍 현진에버빌(1093가구)은 현재 공정률 85%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자금난을 겪던 시공사 ㈜현진이 지난 1일 결국 최종 부도 처리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 아파트는 사실상 기한 내 준공이 어려워져 계약자들의 입주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분양가가 부풀려졌다며 중도금과 잔금 납부를 거부하며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는 400여 가구는 분양 보증을 선 대한주택보증에서 분양원금을 되돌려받을 수가 있지만 환급을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6월 완공예정이던 주상아파트 남구 삼산동 성원상떼빌은 1년이 지나도록 완공이 되지 않고 있다. 이 아파트는 2005년 6월 전체 188가구를 분양하면서 분양가가 당시 울산에서 가장 높은 3.3㎡당 1200만원이었는데도 80%대의 비교적 높은 분양률을 기록했으나 시공사인 성원건설이 유동성 위기를 겪어 찔끔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계약자들이 계약 해지와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며 시행사와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고 있다.
앞서 1월에는 남구 야음동 번영로 두산위브아파트가, 6월에는 달동 지에스센트럴자이 주상아파트도 높은 분양가로 분양에 실패해 계약자에게 분양계약금을 돌려주고 울산시에 사업 계획 변경 신청을 했다.
지역 건설업체 관계자는 “수도권의 1군 건설업체들이 지역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사의 브랜드만 믿고 분양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한데다, 시가 공급을 늘려 분양가 상승을 막자는 주택정책을 펴면서 허가를 남발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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