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금천구와 안양시가 40억원을 들여 지하철 1호선 석수역 앞에 설치한 육교. 이 육교는 서울시와 안양시 경계에 위치해 있다. 안양시 제공
안양시와 40억 분담해 석수역 앞길에 건설
이용자 거의 없어…불편한 리프트도 논란
이용자 거의 없어…불편한 리프트도 논란
서울 금천구가 횡단보도 위에 수십억원을 들여 호화육교를 설치해 예산 낭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천구는 지난 7월30일 지하철 1호선 석수역 앞에서 석수역과 시흥대로 건너편 길을 잇는 육교 준공식을 가졌다. 육교는 서울시와 안양시 경계에 놓여 있다. 2007년부터 금천구와 안양시가 각각 28억원과 12억원씩을 부담해 총 40억원을 들여 만들었다. 폭 3.7m에 길이 59m로 육교 윗부분은 석수역과 연결돼 있다.
그러나 육교 바로 아래에 횡단보도가 두 곳이나 설치돼 있고, 횡단보도 가운데 중앙버스전용차로에는 버스정류장까지 설치돼 있어 육교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주민 노재웅씨는 “횡단보도를 건너면 전철역에 갈 수 있고, 버스정류장도 횡단보도 가운데 있어 육교를 이용할 일이 거의 없다”며 “왜 40억원씩 들여 육교를 설치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애인들을 위해 육교에 설치한 수직형 리프트도 논란이 되고 있다. 금천구는 이 육교에 일반적인 형태의 엘리베이터 대신 수직형 리프트를 설치했다. 수직형 리프트는 지하철 역사 등에 장애인들의 이동을 위해 설치된 경사형 리프트와 비슷한 구조로 스크루를 사용해 위아래로 움직이게 만든 간이 승강기다. 엘리베이터가 분당 90m의 속도로 움직이는데 반해 수직형 리프트의 이동속도는 분당 9m에 불과하다.
장애인들은 이 수직형 리프트가 속도가 느리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수직형 리프트는 걷는 속도보다 느리고, 이동할 때 흔들림이 커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불편하다”며 “이보다 빠르고 안전한 엘리베이터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궁용 금천구 토목팀장은 “육교를 놓으면서 횡단보도를 없애려고 했지만 버스중앙차로가 들어서는 바람에 육교가 횡단보도·신호등과 함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육교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 일반인들이 많이 이용하게 돼 이를 막기 위해 속도는 느리지만 유지·관리비가 적게 드는 수직형 리프트를 설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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