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환자 200여명 개막 한달 앞두고 발목
내년으로 미루자니 예산 70% 집행 부담감
내년으로 미루자니 예산 70% 집행 부담감
울산시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다. 다음달 9일부터 11월8일까지 열리는 ‘2009 울산세계옹기엑스포’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전체 예산의 70%를 집행한 상태에서 신종 인플루엔자 감염자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7일 “신종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환자가 갈수록 늘어나 옹기엑스포를 정상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타당한지 각계의 의견을 듣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곧 결론을 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울산에선 6월 미국에서 인천공항을 통해 울산에 있는 친척집을 방문한 어린이(13)가 처음으로 신종 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된 이후 감염환자가 6일 오후 5시 현재 197명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달 26일까지 확정된 환자는 31명에 그쳤으나 10여 일 만에 2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시는 옹기엑스포를 내년 하반기에 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아직 확정을 짓지 못하고 있다. 이는 행사를 취소했을 때 우려되는 부작용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상당한 예산이 이미 집행돼 시가 떠안아야 할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 불가피하다. 옹기엑스포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정확한 집계가 나와 봐야 하겠지만 전체 예산 190억원의 약 70%(130여억원)가 현재 집행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내년으로 행사를 연기하면 시의 부담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주 수입원인 입장권은 이미 판매한 22만매(19억원)를 환불하고 내년에 다시 판매하면 된다. 하지만 애초 목표대로 120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려면 국내외에 다시 홍보를 해야 하고 90% 이상 설치를 끝낸 각종 시설물을 철거한 뒤 다시 설치하려면 추가 경비가 들기 때문이다. 또 입장객 수송을 위해 계약한 버스 50대 등 이미 체결한 계약을 파기해야 하기 때문에 위약금을 물어준 뒤 내년에 추가비용을 들여 재계약을 해야 한다.
여기에 옹기엑스포가 연기되면 ‘봉계한우불고기축제’, ‘울산예술제’ 등 옹기엑스포조직위의 협조 요청을 받아 옹기엑스포 기간에 함께 축제를 여는 20여 개의 행사도 덩달아 취소가 불가피해 이 행사들의 축제준비위 쪽의 반발도 예상된다.
김기수 시 문화체육국장은 “옹기엑스포 주 행사장이 도심에 위치해 있고, 외국인들도 방문해 위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며 “최악의 경우 옹기엑스포를 강행했다가 사망자가 발생하면 책임을 시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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