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금정산성의 남문 주변 모습과 여장이 설치된 충북 청주의 상당산성 모습. 금정구 제공
부산 금정, 문화재청 승인받아…남문·동문 195m 여장 설치
우리나라 최대 규모 산성인 금정산성(사적 215호)이 성곽 여장(성가퀴)까지 복원돼 본래 모습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됐다. 여장은 성벽 위에 설치하는 낮은 담장으로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거나 숨어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구조물을 말한다.
부산 금정구는 지난달 27일 문화재청의 승인을 받아 12월까지 8억5700만원의 사업비를 들여 금정산성 남문과 동문 주변에 각각 125m와 70m 길이로 70~80㎝ 높이의 여장을 설치한다고 7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고증이 어렵다는 이유로 금정산성의 여장 복원을 거부해 왔다. 하지만 금정구가 계속 설계 승인신청을 하자 한밭대 심정보 교수 등 성곽 전문 문화재위원 및 기술자문단의 자문과 문화재청의 현장 조사 등 기술 고증 끝에 승인을 얻게 됐다.
이번에 설치하는 남문과 동문 주변 성곽의 여장에는 여장 사이에 총을 쏘며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구멍을 뚫어 놓은 총안도 함께 복원된다. 금정구는 또 내년에는 1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금정산성 산성고개 성곽 잇기사업을 하면서 길이 50m, 높이 6m의 성곽과 여장을 함께 복원하고, 이후에는 여장 없이 성곽만 축조돼 있는 북문 주변 성곽에도 200m 길이의 여장을 새로 복원할 계획이다.
금정구 문화공보 담당자는 “그동안 금정산성 보수는 여장 없이 성곽과 훼손된 문화재의 부분 보수에 중점을 두었으나 여장까지 복원함으로써 최남단 국토 수비성의 원형 복원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며 “등산로가 성곽을 따라 이어져 어려움을 겪던 성곽 보존 문제도 함께 해결할 수 있으며, 금정산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웅장한 옛 모습을 새롭게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금정산성은 부산 금정구와 동래구, 북구, 경남 양산시에 걸쳐 펼쳐져 있는 18.8㎞ 길이의 우리나라 최대 규모 산성으로, 1703년(조선 숙종 29년) 개축됐다는 기록이 있으나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크게 훼손돼 1972년부터 성곽과 문루 및 망대 등 시설의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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