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군이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하려고 만들고 있는 세계 최대의 북 사진.영동군청 제공.
초대형 술병·가마솥 등 만들고 행사 뒤 방치
‘명물값’ 못해 “특성없이 보여주기 급급” 비판
‘명물값’ 못해 “특성없이 보여주기 급급” 비판
축제의 계절, 충북지역은 ‘최대’, ‘최고’기록을 내는 경쟁이 한창이다.
16일 제천 비행장에서 2009제천한방건강축제를 여는 제천시 등은 관람객 2010명이 참여하는 ‘한방 약초술’을 만들 참이다. 이들은 내년 9월 여는 한방 엑스포를 기념하는 뜻에서 제천 명물 감초·대추 각 4㎏ 등 제천 약초에 2홉(340㎖) 소주 2010병을 넣어 약초술을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높이 2.4m, 지름 1.5m 크기의 초대형 술병을 제작했다. 술이 담가지면 한국기록문화센터에서 ‘기네스’기록을 받을 참이다.
이와 함께 제천 우리음식연구회는 같은 날 쌀 11가마와 당귀, 대추 등을 곁들여 가로·세로 2.35m, 높이 1.71m 크기의 ‘기네스 떡’도 만들 계획이다. 한방축제 조직위원회 이종한씨는 “나라 안팎의 관심을 끌고, 참여를 유도하려고 세계 기록에 도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18~19일 인삼골 축제를 여는 증평군은 증평읍 보강천 체육공원에서 주민 5000명이 한꺼번에 돼지고기를 구워 먹는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다. 군은 2003년 ‘서울 여의도 축산페스티벌’에서 구이 틀 100m를 설치하고 2000여명이 돼지고기 구이를 먹은 세계 기록을 갈아 치울 계획이다. 군은 200m의 돼지 구이 틀을 마련하고, 행사에 참여하려는 시민들을 모으고 있다. 군은 이번 축제에 돼지 100마리를 내놓을 참이다.
김명희 증평 부군수는 “군이 자랑하는 홍삼 먹인 돼지를 홍보하려고 기네스 기록 도전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해 비공인 기록을 세운 만큼 기록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난계 박연이 난 국악의 고장 영동은 소나무 70t, 40마리분 소가죽, 무게 7.5t에 이르는 세계 최대 북을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최대·최고 기록 추진에 달갑지 않은 주민들의 눈길이 많다. 2005년 괴산군이 본체 무게 30t, 뚜껑 15t, 둘레 15m, 높이 2m로 80㎏짜리 쌀 50가마를 넣고 밥을 지어 군민(3만7000명)이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세계 최대 가마솥이 사실상 방치되는 등 ‘세계 최고 명물’들이 제값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강형기 충북대 교수는 “지방 행정은 최대·최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효율성이 중요하다”며 “보여주기 위한 행정은 순간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지속 가능한 정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강형기 충북대 교수는 “지방 행정은 최대·최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역 특성에 맞는 효율성이 중요하다”며 “보여주기 위한 행정은 순간적일 수밖에 없는 만큼 지속 가능한 정책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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