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욱 명지대 명예교수(왼쪽 둘째)가 14일 오전 ‘현 정부의 지방행정체제개편에 대한 지방자치관련학자 145명 공동의견 발표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동숭동 경실련에서 "정부의 시군구 기초 자치단체 통합은 지역적 특색을 고려하지 않고 졸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라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남양주, 구리쪽 의견 묻지도 않고 추진 파열음
성남 “졸속” 반대…완주·청원선 “흡수 안돼”
전문가들 “위로부터 강행 풀뿌리 자치 위협”
성남 “졸속” 반대…완주·청원선 “흡수 안돼”
전문가들 “위로부터 강행 풀뿌리 자치 위협”
설익은 행정구역 통합 곳곳 갈등
이명박 대통령의 ‘8·15 발언’과 행정안전부의 자율통합 지원 대책을 계기로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급속히 달아오르고 있지만 지방정부 사이의 마찰도 심화하고 있다. 통합 논의 중인 전국 17개 지역 47개 기초지방정부 가운데 11개 지역 31개 기초지방정부가 의견 대립을 보이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정치권 중심의 일방적 개편 논의에다 통합 주도권을 노리는 지방정부가 다른 지방정부의 의사와 관계없이 통합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행정구역 통합은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덩치 큰 지방정부의 밀어붙이기 경기도의 박영순 구리시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남양주시가 구리시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통합을 추진한다면 두 도시 사이에 갈등만 유발할 것”이라며 공식적으로 통합 반대에 나섰다. 이에 앞서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경기도에 자율통합 건의서를 냈고, 이달곤 행안부 장관을 만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은 충북 청주시·청원군도 마찬가지다. 청주시가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하면서 청원군이 반발하고 있다. 두 시·군은 1994년과 2005년에도 두 차례 통합을 추진했지만, 청주시에 흡수될 것이라는 청원군민의 우려로 통합되지 못했다.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 사이에서도 전주시가 통합을 원하지만, 완주군에서는 군수나 주민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모두 인구 규모가 큰 지방정부가 주변의 작은 지방정부를 흡수통합하려 한다는 점에서 모양새가 비슷하다.
■ 복잡하게 엇갈리는 찬성과 반대 전주시와의 통합이 논의되고 있는 완주군은 사정이 좀더 복잡하다. 완주 지역 40여 단체가 참여한 ‘완주사랑 지킴이 운동본부’는 지난 10일 “일방적인 전주시의 흡수통합 논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주와 거리가 가까운 완주군 용진면·봉동읍 일대 주민들은 지난 9일 ‘전주·완주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켜 활동하고 있다. 성남·하남·광주시는 세 시장이 모두 합의해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성남시의 시민단체들은 “정치적이고 졸속적인 통합”이라며 반대하고 나섰고, 성남아파트연합회도 성남보다 덜 발전한 하남·광주와의 통합을 반대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는 14일 안양·군포·의왕·과천 등 이른바 ‘안양권’ 4개 자치단체의 통합을 공식 제안했다. 하지만 군포시와 의왕·과천시는 통합에 매우 부정적이다. 전남 목포시·무안군·신안군 3곳에서는 목포가 통합을 제안하고 나섰으나, 무안군은 이를 반대하고 독자적으로 시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신안은 군과 의회가 반대 입장에 서 있고, 주민 여론은 찬반으로 갈려 있다. 여수·순천·광양시의 통합 논의에서는 여수·순천이 찬성하는 반면, 광양은 경남의 하동·남해까지 포함하자는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
■ 해당 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전문가들은 지방정부 사이에 빚어지는 마찰은 무엇보다 정치권과 중앙정부,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몇몇 지방정부가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통합 논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내년 지방선거가 9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지방자치 체제를 성급하게 바꾸려 하고 있다”며 “행정구역 통합은 방안을 장기적으로 연구하고 시민들의 직접 투표에 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인센티브를 내세워 통합을 주도하는 방식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강형기 충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주민들 스스로가 아니라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지금의 통합 방식은 지방자치 자체를 말살하는 것”이라며 “지역 경쟁력은 면적이나 인구가 아니라 그 지역의 특성을 살림으로써 높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성남 청주/박임근 김기성 오윤주 기자 pik007@hani.co.kr
통합논의로 갈등 겪는 지자체들
전주 성남 청주/박임근 김기성 오윤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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