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강경파 ‘맞대결’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의 새 지부장(옛 노조위원장)을 뽑는 결선투표가 24일 치러진다.
현대자동차지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1일 “부정투표 논란이 일어 개표를 하지 않았던 경남 1투표소 투표함까지 개표한 결과 1번 이경훈 후보와 3번 권오일 후보가 각각 1, 2위를 차지했으며, 두 후보를 두고 24일 아침 6시~낮 11시30분 결선투표를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중앙선관위는 1차 투표함을 개표하다가 경남 1투표소에서 투자참여자는 266명인데 기표가 되지 않은 백지 투표용지가 1장 더 나오자 문제의 투표함 개표를 보류하고 나머지 투표함의 후보 간 표차가 267표 미만이면 재선거를 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결국 2위 권 후보와 3위 홍성봉 후보의 표차가 86표가 나 재선거를 치르기로 했으나 조합원들이 “1표 때문에 다시 투표를 해야 하느냐”며 반발하자 후보자들의 동의를 받아 문제의 투표함을 개표해 다득표를 한 1, 2위가 결선투표를 치르도록 방침을 바꾸고 이날 오후 문제의 투표함을 전격 개표했다.
이날 개표에서는 문제가 됐던 백지투표 1장을 집계에서 빼기로 하고 226표를 개표했다. 이전까지 1위였던 이 후보가 57표를 더 가져갔고 2위 권 후보는 45표를 얻어 3위를 달리던 홍 후보보다 13표를 더 얻었다. 이에 따라 권 후보와 홍 후보의 표차가 86표에서 99표 차로 더 벌어졌다.
24일의 결선투표에서는 탈락한 두 후보의 지지표가 결선에 오른 두 후보로 얼마나 이동하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릴 것으로 예상되는데 1차 투표 결과만 놓고 보면 이 후보가 권 후보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온건 성향의 이후보와 홍 후보 지지표가 강성으로 분류되는 권 후보와 4위를 차지한 김홍규 후보 지지표보다 6557표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가 당선이 되려면 1995년 울산공장 노동자 양봉수씨가 노사 협조주의에 반발하며 분신자살했을 때 수석 부위원장을 맡은 전력 때문에 지난 여섯 차례의 선거 때마다 결선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벽을 넘어서야 한다.
이 후보가 현장연대에서 탈퇴해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전진하는 현장노동자회’를 만들어 이번에 출마를 한데다 이 후보와 손잡고 수석 부지부장과 사무국장으로 각각 출마한 이상수 전 현장연대 의장과 문성곤 부의장이 출마 직전 현장연대를 탈퇴한 점도 부담스럽다.
울산 3공장 대의원 대표 출신의 권 후보는 1995년 양봉수씨 분신 이후 14년 동안 내리 집권해온 강성 집행부가 두 차례 회계 투명성 등의 문제로 중도하차한 것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일부 노조원들이 공동 교섭과 정치파업을 요구하는 금속노조에 거부감을 가진 것도 넘어야 할 산이다.
현대자동차 노조 간부는 “조합원들이 일부 도덕적 흠결이 있었지만 미워도 다시 한 번 강성 민주 현장조직을 선택할 것인지가 관심사”라고 말했다.
울산/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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