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수당 체불엔 “퇴직금만 받아라”
돈 떼인 이주노동자엔 “불법체류자지?”
부산 민주노총, 사례 공개
돈 떼인 이주노동자엔 “불법체류자지?”
부산 민주노총, 사례 공개
부산 ㄱ사 노동자 6명은 최근 부산노동청 북부지청에 퇴직금 체불에 대한 진정을 했다. 노동자 ㄴ씨가 담당 근로감독관에게 “확실하지는 않지만 퇴직금 중간정산 서류에 사인을 한 적이 있는 것 같다”고 하자 감독관은 사실 확인도 없이 “퇴직금을 못 받는다”고 잘라말했다. 이에 ㄴ씨는 퇴직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는 증빙자료로 임금 지급 내역서를 내놓았지만 감독관은 “그건 필요없다”고 내치고, 옆에 있던 다른 감독관은 “사인해 놓고 왜 이제 와서 그러느냐”고 다그쳤다고 한다.
ㄴ씨는 “사인을 하지 않으면 해고하겠다고 해 어쩔 수 없었다”고 호소했으나 감독관은 “그럼 사인 안 하고 그만두면 될 것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노동상담소는 “5인 이상 사업장은 본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퇴직금 지급이 의무화돼 있음에도 오히려 피해 노동자만 닦달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22일 오전 부산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감독관의 부당행위 사례를 공개하고, 노동청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부산본부는 회견에서 “노동부가 최근 추석을 앞두고 체불임금 청산을 위한 집중지도 방침을 발표했으나 이 발표가 노동자에 대한 기만임이 드러났다”며 “오히려 임금 체불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에게 또다른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산본부는 근로감독관이 퇴직금 및 연월차수당의 체불을 해결해 달라고 진정한 노동자에게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연월차수당은 꼭 받아야 하나. 퇴직금만 받는 것으로 하자”며 합의를 종용한 사실도 폭로했다. 또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퇴직금 체불 진정에 대해 미등록 체류자라는 약점을 잡아 회사와 합의를 종용한 끝에 1년8개월치 또는 2년2개월치의 퇴직금을 100만원만 받도록 한 사례도 공개했다.
부산본부는 “두드러진 부당행위 유형이 사용자의 위법사실 은폐 및 합의 종용이며, 25일 기한에 1회에 한해 연장할 수 있는 처리기일을 네댓달까지 늘리는 것도 예사”라며 “사용자 편들기는 이주노동자들에게 더욱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 들어 특히 경제위기를 빌미로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나 지도보다는 편들거나 두둔하는 사례가 잦은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항의서한을 받은 김명철 부산노동청 근로감독1과장은 “진정사건 행정처리 과정에 오해가 있을 수도 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해 문제가 있다면 고치겠다”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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