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릉골 저층 재개발…북악산 경관 지킨다
구릉지 특성 맞게 계단형 아파트 등 1400여 가구 건설
“석달동안 주민 인터뷰…마을 기억 간직하는 정비계획”
“석달동안 주민 인터뷰…마을 기억 간직하는 정비계획”
서울 성북구 정릉골 주택재개발 정비구역이 옛 마을과 주변 산의 경관을 보존하는 방식으로 재개발된다. 정비구역 안 마을을 모두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 단지를 건설해 자연경관을 해쳐온 기존 재개발 방식과 달리, 마을 지형을 최대한 살려 산마을 풍경을 보존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성북구 정릉3동 757번지 일대 20만3965㎡ 땅에 자연 친화형 재건축 단지를 조성하는 내용을 담은 ‘정릉골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안’을 28일 발표했다. 이 사업안을 보면 이 구역에는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북악산의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고층 아파트가 아닌 지하2층, 지상 4층의 저층의 공동주택 1400여 가구가 들어선다. 건물은 구릉지 특성에 맞게 계단형, 테라스형, 중정형 등 다양한 형태로 지어진다. 경사가 완만한 지역에는 계단형 주택이나, 아랫집 지붕이 윗집 테라스와 마당이 되는 테라스형 주택이 들어서고, 경사가 급한 지역에는 중앙정원을 갖춘 중정형 주택이 마련된다.
서울시는 이 일대를 친환경 주거단지로 조성하기 위해 옥상을 녹지공간으로 꾸미고, 태양열을 난방과 조명에 활용할 방침이다. 도로도 빗물이 땅에 스며들 수 있는 ‘투수형’으로 포장하고, 생태연결 통로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옛 마을풍경을 보존하기 위해 마을과 북악산을 잇는 능선길 일부를 ‘풍경의 언덕길’로 꾸며 보존지역으로 조성하고, 정릉천변에 산책길과 꽃담길도 만들 계획이다.
이와 함께 1970년대 이 곳에 살면서 <토지>를 쓴 박경리 선생을 기념해 ‘박경리 서울기념관’을 세우고, 주민공동체 공간인 ‘거북바위 집’을 마련해 주민들이 마을에 대한 연구·조사 등 공공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시는 주민 열람 공고와 정비사업구역 지정 등을 거쳐 이르면 2010년부터 사업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창주 서울시 주거정비과장은 “이번 정비계획을 위해 지난 3개월 동안 마을을 실측·기록하고 주민들을 인터뷰했다”며 “이를 토대로 기존 마을에 대한 기억을 간직하고 지역 특성을 담아낼 수 있는 정비계획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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