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쌀값…호남평야가 뿔났다

한국농업경영인 전남연합회 회원 100여명이 28일 오전 전남 나주시 남평읍에서 쌀값 보장을 촉구하는 ‘논벼 갈아엎기 투쟁’을 벌이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나주/연합뉴스

전남에 농민들이 논 200여㎡ 갈아엎고
전북에선 ‘쌀값대란 해법 촉구’ 농민대회

호남 농민들이 쌀값 하락과 관련해 논을 갈아엎는 등 강력히 항의하고 나섰다.

한국농업경영인 전남연합회 소속 농민 100여명은 28일 전남 나주시 남평읍에서 쌀값 하락에 항의하고 정부의 가격 보전을 촉구하는 의미로 논 2000여㎡를 갈아엎었다. 이들은 “산지 벼 가격은 9월5일 기준 40㎏당 4만812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2％나 폭락했다”며 “대북지원은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의미뿐 아니라, 남쪽에서 생산되는 쌀의 수요·공급을 조절하는 기능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쌀값 안정을 위해 2008년산 쌀 10만t을 매입해 격리하는 조처를 취했지만 가격 하락폭은 점점 커지고 있다.

민주노동당 오은미 전북도의원은 지난 9일부터 28일까지 20일째 쌀직불금 200억원 증액과 밭직불금 예산편성 등을 요구하며 단식을 벌이고 있다. 오 의원은 지난 25일 구토 증세를 보이며 탈진해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민노당 강기갑 대표는 지난 27일 오 의원이 농성중인 전북도청을 방문해, 이경옥 전북도 행정부지사에게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직불금 관련 조례를 만든 전북도가 이를 시행하면 우리나라 농업행정의 역사에 남을 것”이라며 “직불금 조례에 따른 예산을 세워달라”고 요청했다. 전북도 의회는 재량예산으로 지출하던 쌀직불금의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지원대상을 밭과 과수원 작물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조례를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제정했으나, 시행규칙과 예산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이경옥 행정부지사는 28일 “직불금 사업을 진행하는 데 수단과 재원의 한계가 있지만, 도의회 의견 청취 및 농업인단체와 협의를 거치는 등 대화를 통해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는 이날 “지난해 전북에서는 1㏊당 32만6000원(도비 4만원 포함)을 쌀직불금으로 지급했는데, 이는 전남 23만5000원(도비 9만4000원), 충남 18만3000원(도비 5만5000원)과 비교해도 많은 액수”라며 “다만 전북은 직불금 중에서 도비가 작은데, 농민들은 이를 좀더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지역 농민단체는 29일 오후 2시 전북도청 앞에서 쌀값대란 해결과 전북도 농업행정 전환을 촉구하는 농민대회를 연다.

한편, 전북도는 이날 도 자체 수매자금 150억원을 지원해 1만2000t을 추가로 수매하고, 홈쇼핑 택배비(30만 포대 분량)를 지원하며, 범도민 전북쌀 팔아주기 운동 전개하는 등 쌀 소비대책을 발표했다. 정대하 박임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