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북한 금강산에서 열린 금강산 제천 사과 축제. 제천시청 제공.
5년전 북 고성군에 과수원
남북관계 경새겡 교류 끊겨
“열매 맺을땐데” 안타까움
남북관계 경새겡 교류 끊겨
“열매 맺을땐데” 안타까움
충북 제천시는 햇살 머금은 사과가 익어가는 요즘 마음이 편치 않다.
북한 고성군 삼일포·신계사 일대 6㏊에 조성한 사과·배·복숭아 과수원에서 익어갈 과실들의 소식조차 알 길 없기 때문이다. 금강산 총기 사고 이후 2년째를 넘긴 남북 경색이 원인이다.
제천시는 2004년 4월 삼일포 일대 3.3㏊에 사과·복숭아 과수원을 만든 데 이어 2007년 3월에는 신계사 근처에 사과 과수원 1.7㏊를 추가 조성했다. 과수원을 조성한 뒤 김동천(48) 제천 사과영농조합장 등 지역 과수 전문가들과 해마다 방북해 정성껏 보살펴 왔다.
과수원 관리사까지 짓고 해마다 1억여원 정도를 들여 비료·농기계까지 지원하는 등 공을 들였다. 사과·복숭아 10t씩을 딴 2007년 9월에는 엄태영 제천시장과 시민들이 과수원을 찾아 금강산 제천 사과 축제를 열었다.
과수원을 짓고 축제까지 열면서 제천과 고성은 친구가 됐다. 제천지역 농업 전문가들이 철마다 방문해 새 농사 기술과 농기계 등을 지원하자 현지 주민들은 제천 농민들을 ‘농사 선생’으로 깍듯이 모실 정도였다. 더욱이 과수원에서 딴 과일들은 북한 보육원·양로원·학교 급식용으로 무료 공급하면서 인기를 더해갔다.
그동안 40여 차례 방북해 영농 기술을 전했던 김 조합장은 “그야말로 버선발로 우리를 맞는 등 관계가 좋았는데 이젠 소식조차 알 길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2007년 금강산 총기 사고 이후 남북 교류가 닫히면서 금강산 제천 사과는 그야말로 ‘이산 사과’가 됐다. 지난해 9월 방북 초청장까지 받아 두고도 축제가 무산된 데 이어 올해는 기술 지원 길조차 끊겼다. 지난 3월 어렵사리 방북해 과수원 관리사를 짓기로 합의했지만 이것마저 물 건너갔다.
시 농업축산과 신선집씨는 “이산가족 상봉 소식을 듣고 귀가 번쩍 뜨였는데 남북 교류 재개 얘기는 아직 없어 답답하다”며 “민간 교류가 정치적 문제 때문에 중단돼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조합장은 “7~8살이 돼 한창 열매를 맺을 녀석(과수)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추석이 다가와서 그런지 북에 두고 온 녀석들이 더 아른거린다”고 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김 조합장은 “7~8살이 돼 한창 열매를 맺을 녀석(과수)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며 “추석이 다가와서 그런지 북에 두고 온 녀석들이 더 아른거린다”고 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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