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에 대한 정부와 농협의 대책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요구가 거센 가운데 전남 나주시 농민회가 7일 오전 나주시 다시면 다시종합미곡처리장을 농기계와 천막으로 봉쇄한 뒤 나락을 도로에 쏟아놓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나주/연합뉴스
“비축미 헐값에 내놓아 쌀값 폭락…방출 멈춰라”
전남도의원 등 쌀대란 대책 마련 촉구 삭발시위
전남도의원 등 쌀대란 대책 마련 촉구 삭발시위
추곡 출하를 앞두고 쌀값이 폭락하자 전남지역 농민단체와 지방의원들이 시군별로 농협 미곡처리장(RPC)을 봉쇄하고 서울에서 삭발시위를 단행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은 7일 벼 수확 시기가 임박하자 농협 미곡처리장들이 비축미를 터무니 없이 싼값에 시중에 내놓아 쌀값이 폭락하고 있다며 일제히 시군 농협미곡처리장을 봉쇄하는 투쟁에 나섰다.
농민회는 이날 광주·전남의 미곡처리장 33곳 중 나주·무안·장흥·보성 등지의 6곳을 막고 쌀값 안정대책을 요구했다. 나주농민 50여명은 지난 6일 밤부터 남평·동강처리장 앞에 트랙터를 세워놓고 쌀 반출을 저지했다.무안·장흥·보성 농민들도 20~30명씩 농협처리장 앞을 농기계로 봉쇄하고 정부와 농협에 쌀값 폭락을 막을 대책을 내놓으라고 촉구했다.
광주농민들은 8일 오전 10시반 광주시 광산구 본량동 풍숙마을에서 쌀값 보전을 요구하며 벼논 1650㎡를 갈아엎고 인근 송정처리장을 봉쇄하기로 했다. 또 8일 영광과 함평, 9일 해남과 강진 등지에서 쌀값 안정을 요구하는 농민집회와 처리장봉쇄가 이어진다. 농민들은 쌀 대란이 정치적인 쟁점이 되고 사회적인 관심을 모을 수 있게 투쟁지역을 점차 늘릴 방침이다. 농민들은 농협이 올해 수확된 조곡 40㎏ 한 가마를 5만원 이상에 사들일 것을 바라고 있다.
유원상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정책실장은 “벼 수확기를 앞두고 농협처리장들이 정곡 20㎏을 3만5천원 안팎의 헐값에 내놓아 쌀값이 바닥인 실정”이라며 “농협이 헐값 방출을 중단하고 비축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농촌지역 지방의원 6명은 이날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쌀 대란을 방관하는 정부에 항의해 삭발하고 쌀 대책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전남도의회 고송자·정우태 의원 등 2명이 이명박 정부의 농정실패를 규탄하며 머리를 깎았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대북 쌀 40만t 지원 재개 △대북 쌀지원 법제화 △공공비축미 58만t까지 확대 △정곡 80㎏ 목표값 21만원으로 인상 등 쌀값 폭락 대책을 제안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