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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전국일반

‘새우젓 만선’…마포나루 황포돛배의 추억

등록 2009-10-12 22:22

서울 남서쪽의 대표적인 포구이자 관문이었던 옛 삼개(마포) 나루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서울 남서쪽의 대표적인 포구이자 관문이었던 옛 삼개(마포) 나루의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15~17일 월드컵공원서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
옛 복장 한 상인들, 새우젓·천일염·고추장 판매
옛 삼개(마포) 나루는 서울 남서쪽의 대표적인 포구이자 관문이었다. 서해를 따라 올라온 충청, 전라, 경상의 물산이 이곳을 통해 서울로 들어왔다. 세곡 등 각지의 물산이 쌓이다 보니 창고가 생겨났고, 자연스럽게 시장도 형성됐다.

별영창·만리창과 같은 대규모의 국영 창고가 마포와 용산 일대에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별영창은 훈련도감 군인들의 급료를 보관하던 군사용 창고로 지금의 마포구 도화동과 용산구 청암동 경계에 있었다. 용산구 도원동과 효창동 부근에 있던 만리창은 구휼미와 대동미를 보관하던 창고였다. 서해 염전에서 거둬온 소금을 보관하기 위한 소금창고도 이곳에 집중돼 있었다. 소금창고는 마포구 염리동 일대에 많았는데, 그래서 마을 이름도 ‘소금마을’(염리)이 됐다.

창고만 많았던 게 아니다. 조선 때만 해도 마포 일대에는 읍청루와 망원정 등 왕족이나 양반들이 여가를 보내던 곳이 많았다. 밤섬과 양화진, 절두산, 노들강변 등 한강 하구의 빼어난 풍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선 22대 왕인 정조는 ‘읍청루’에 올라 “행화 핀 봄날 강물 앞에서 술맛 더욱 좋구나. 저기 저 많고 적은 배들 신선경 찾노라 저리 헤매나, 하루 종일 왔다 갔다 물가에 그대로 있네”라고 노래하기도 했다. 정조 외에도 셀 수 없는 시인·주객들이 마포 일대에서 풍류를 즐겼다. 읍청루는 1777년 별영창 부근에 세워진 것으로, 일제 때 조선총독부 정무총감의 별장으로 사용됐고, 이 일대의 청암대는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으로도 알려졌다.

근대 들어 마포는 개항장으로서 외부 세계에 대한 관문 구실도 했다. 절두산 순교성지, 외국인 묘지 등이 마포 일대에 형성된 것도 이 때문이다. 1866년 천주교 박해사건 뒤 병인양요를 일으켰던 프랑스 함대가 한강을 따라 올라왔던 곳도 마포 부근이었다.

6·25전쟁과 개발시대를 겪으면서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옛 모습은 사라졌고, 육로가 발달하면서 ‘마포나루’는 ‘마포종점’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1970년 마포나루터 부근에 마포대교가 생기고 도심 쪽 마포로를 중심으로 현대적인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마포에서 풍요로왔던 예전 포구의 모습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옛 마포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축제가 열린다.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펼쳐지는 ‘제2회 한강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가 그것이다. 인천 강화군, 충남 강경읍, 전남 신안군, 충남 광천읍 등지에서 올라온 새우젓을 비롯해 천일염, 고추장, 건어물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마포구는 옛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실물 크기의 황포돛배 5척을 행사장 곳곳에 세우고, 난전에는 옛 복장을 한 뱃사공, 보부상, 거지, 주모 등을 배치할 예정이다. 옛 마포나루의 풍경을 담고 있는 사진전도 열린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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