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신공항 건설 후보지역인 밀양 하남(위), 부산 가덕도(아래).
이 대통령 대선 공약…밀양·부산 가덕도 유치전 팽팽
청와대 “연기 불가피”…국토부선 타당성 발표 ‘미적’
청와대 “연기 불가피”…국토부선 타당성 발표 ‘미적’
영남 신공항 건설을 놓고 영남지역이 떠들썩하다.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등 중앙정부에서 영남에 신공항이 필요한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보지인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부산과 대구·경북·경남이 힘을 겨루는 양상이어서 영남 신공항 건설 방침이 확정되더라도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열쇠를 쥔 국토해양부는 이에 대한 연구 결과를 지난 9월 발표하려다가 뚜렷한 이유 없이 올해 말로 늦췄다. 그러나 연말에도 연구 결과 발표 여부는 불투명하다.
■ 영남권 신공항 건설될까?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권한을 쥔 국토해양부의 정일영 항공정책실장은 “지난해 3월 맡겨놓은 연구 결과가 올해 연말쯤 나오면 관계기관, 지방자치단체, 전문가 등과 입지선정위원회 의견을 들어 내년 중에 입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 결과 발표나 입지 선정이 예정대로 될지는 불확실하다.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이 사활을 건 유치 경쟁을 하는데다 최소 10조원 이상 드는 이 사업을 꼭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국토해양부는 영남권 신공항 필요성이나 경제적 타당성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는 “전국에 지어진 다른 공항들도 운영이 어려워 문을 닫거나 다른 시설로의 전환이 검토되는데 대규모의 새 공항을 짓는 것이 얼마나 설득력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영남 지역에서는 “영남권 신공항은 가덕도와 밀양의 싸움이 아니라, 영남과 수도권의 싸움이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중앙정부가 인천공항을 투자 우선순위에 놓고 있는데다 4대강 사업에 너무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 영남 신공항에 투입할 예산이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항공기 화물운송업체들도 “공항이 성공하느냐는 승객보다 이윤이 많이 남는 화물에 달렸는데, 영남지역에 항공화물 수요가 그리 많지 않다”고 부정적 의견을 밝히고 있다.
지난 9일 박형준 청와대 정무수석이 기자들과 만나 “연구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신공항 건설이 빨리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것은 이런 여러 사정을 고려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 치열한 가덕도와 밀양의 경쟁 중앙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속에서도 가덕도와 밀양의 후보지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가덕도는 부산 도심지에서 40㎞ 떨어진 섬으로 남쪽 바다 1000만여㎡를 메워서 공항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영남지역 5개 광역 시·도 가운데 부산만 유일하게 가덕도를 지지한다. 항만을 끼고 경제적으로 중심지인 부산 지역에 국제공항이 들어서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산시는 “영남권에서 연간 540만명이 국제선 항공을 이용하는데, 이 중 절반이 부산지역 승객”이라며 “항공 승객 수요가 없는 무안·양양 등 전국에 세운 공항들이 폐지 위기에 내몰린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부산발전연구원 최치국 박사는 “가덕도는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안전한 입지”라며 “이용객이 많은 곳에 공항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가덕도는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기에는 부산 쪽으로 너무 치우쳐 있다는 게 단점이다.
대구·경북·경남은 밀양공항을 지지하고 있다. 밀양이 지리적으로 영남의 중심지에 가까워 어디에서든 1시간 안에 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원재 대구시 교통국장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인천공항을 이용하려면 보통 4~5시간씩 버스를 타고 가야 한다”며 “대구시 주민들에게는 가덕도 역시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울산은 영남에 신공항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다는 태도다. 서청원 울산교통정책과장은 “가덕도와 밀양 가운데 어느 쪽 한 손을 들어주기가 어려운 형편”며 “양쪽 지역과 공조하겠다는 원칙에서 더 나아가기가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밀양에 새 공항을 지으면 소음 피해가 우려되고 건설 때 산을 깎아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경쟁으로 건설비용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대구·경북·경남은 밀양의 새 공항 건설비가 11조9000억원으로 21조인 가덕도의 절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산시는 가덕도 10조8000억원, 밀양 14조5000억원으로 오히려 밀양이 더 많이 든다고 주장한다. 이명박 정부의 공약 사업인 영남 새 공항 건설이 어떻게 결정될지 결과가 주목된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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