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복지재단·식당 53곳
‘사랑나눔 외식권’ 판매
매출 40% 요양원등에 기부
‘사랑나눔 외식권’ 판매
매출 40% 요양원등에 기부
22일 친구들과 울산 북구청 옆 음식점 ‘왕갈’에서 점심을 먹은 주부 문숙희(46)씨는 싱글벙글이다. 문씨는 “먹고 싶은 음식을 먹었는데 기부도 하게 되니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문씨가 먹은 음식 값 7000원 가운데 40%인 2800원은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쓰인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먼저 현금을 주고 구입한 티켓을 식당에 제시한다. 먹은 가격이 티켓의 금액보다 많으면 현금을 추가로 내면 되고, 음식값이 더 적게 나오면 티켓 뒷면에 자필로 사인을 하면 거스름돈을 받거나 기부를 할 수 있다. 기부는 티켓으로 계산할 때만 된다. 5만원어치를 먹고 3만원어치를 티켓으로 내고 2만원을 카드나 현금으로 계산하면 3만원어치 티켓의 40%인 1만2000원이 기부된다.
‘사랑나눔 외식권’ 기부사업은 2001년 설립된 사회복지법인 어울림복지재단(대표 김병재)이 ‘맛따라 사랑따라’라는 이름으로 올해로 5년째 계속하고 있다. 기부금 적립 효과가 크면서 기부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이 사업의 성패는 참여 식당 확보에 달려 있다. 판매금액의 40%나 기부를 해야 하니 식당으로서는 이익이 남지 않아 망설일 수도 있다. 식당을 홍보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참여할 수도 있지만 손님이 적으면 경영에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이 기부 행렬에 동참하고 있는 식당은 53곳에 이른다. 해마다 10~11월에만 행사를 진행하고, 이 기간에 티켓으로 판매한 매출이 500만원을 넘으면 판매금 모두를 식당의 수익으로 인정하는 합리적인 시스템이 식당 업주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재단 쪽은 올해 1만원짜리 티켓 2만장을 찍었지만 회수되지 않는 티켓 대금을 고려해 기부금 목표를 5000만원으로 잡았다. 다음달 말까지 모금한 기부금은 산하의 7개 시설의 저소득층 노인 요양, 다문화여성 지원, 결식아동 도시락 배달, 지적장애인 교육 등의 사업에 투명하게 쓰인다.
주부 오명희(43)씨는 “일일찻집과 호프데이 등은 가족들이 함께 이용하기 어려워 부담스럽지만 식당 티켓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 주위에 권유하기도 편하다”고 밝혔다. 5년째 동참하고 있는 ‘왕갈’의 최헌갑(44) 사장은 “널리 알려져 식당들이 기부하는 손님들로 넘쳐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울림복지재단 산하 노인요양시설 ‘북구어르신행복마을’ 이선희(45) 원장은 “기부 행렬에 동참하는 식당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래도 세상이 따뜻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이런 아름다운 가게들이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많이 이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052)286-1074.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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