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륭전자 비정규직 싸움에 힘을 보태기 위해 전국의 민미협 화가들이 그린 20×4m 크기의 대형 걸개그림. 노동자 각각의 사진을 그려 모아 조각보 형식으로 제작됐던 작품이다. 민미협 부산지회 제공
부산 민족미술인협회, 11월 4일부터 기획전시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롯해 경제난 속에 더욱 힘들게 살아가는 이웃들을 돌아보는 미술 기획전시회가 열린다.
민족미술인협회 부산지회는 다음달 4~14일 민주공원에서 ‘우리는 일하고 싶다!’를 주제로 올해 정기기획전을 연다고 28일 밝혔다.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와 함께 마련한 이 기획전은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를 주요 소재로 해 시민들과 함께 해결책을 생각해 보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전시 구성은 △우리-연대를 생각한다 △일-아름다운 노동 △움직임-이웃들의 싸움 등 세 부문으로 나뉜다. 먼저 ‘우리-연대를 생각한다’ 부문에선 비정규직 실태를 알 수 있는 관련 시와 걸개그림, 영상 및 사진자료, 책자 등을 소개한다. 특히 기륭전자와 지엠대우, 뉴코아, 이랜드 등 사업장의 실상을 담은 동영상도 상영한다.
‘일-아름다운 노동’ 부문에선 부산은 물론 서울·경기·인천과 대구·광주 등 지역의 작가 35명이 노동하는 사람과 현장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포착한 유화와 수묵화, 사진, 디자인, 조각, 도자기, 걸개그림 등이 선을 보인다. 주요 작품으로 사라져가는 우리 시대 장인(수공업자)들의 모습을 담은 대구 작가들의 사진 합동작품과 부산의 조선노동자와 울산 온산공단의 노동자가 나오는 수묵담채화 및 사진작품이 있다. 대안미술공간 ‘먼지’의 벽화 팀들은 기륭전자 노동자들에게 보내는 걸개그림을 전시장에서 직접 그려보이는 시연행사도 열 예정이다.
‘움직임-이웃들의 싸움’ 부문은 올 한해 미술인들이 비정규직이나 생계 수단을 빼앗긴 이들과 함께했던 현장미술의 형식을 소개하는 곳이다. 지엠대우 공장 앞에 설치했던 현장 천막미술관 관련 작품과 사진자료에다 용산 포장마차 간판 및 집기 등을 모아 새로운 형식의 미술 장르로 선보인다. 또 용산사건 피해자들의 정서와 영혼을 미술로 치유해 나가는 미술치료 과정을 동영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배인석 민미협 부산지회장은 “글로벌 금융위기와 신자유주의 경제구조 속에서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이웃과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그들의 고통과 고민을 함께 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려 기획전을 마련했다”며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비정규직이나 불안정한 고용 노동자 문제는 결국 다수 국민인 우리들 당사자 문제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신동명 기자 tms13@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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