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전에서 선보일 기축명 아미타여래 제불보살석상.
충북지역 전시관 22곳 대표 유물·작품 117점
왕실편지 등 볼거리 풍성…30일부터 두달간
왕실편지 등 볼거리 풍성…30일부터 두달간
“짬이 안 나서, 멀어서, 잘 몰라서…” 등의 핑계로 박물관을 멀리했다가는 큰코다칠 일이 생겼다.
국립청주박물관과 충청북도 박물관협의회는 지역 박물관·미술관 22곳의 대표 유물·작품 117점을 청주박물관에 모아 ‘박물관·미술관 연합전’을 연다. 30일부터 12월27일까지 두 달 동안 전시를 하니 “시간이 없다”며 꽁무니를 빼다가는 지청구를 듣기 십상이다.
김성명 청주박물관장은 “지역 곳곳에서 오롯이 숨 쉬고 있던 대표 유물과 작품을 한곳에서 맘껏 누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청주박물관은 국립박물관답게 보물급 유물을 내놨다. 효종(1619~1659)을 중심으로 중전 인선왕후, 아들 현종과 딸 숙명공주 등 가족이 서로 주고받은 한글 편지가 눈에 띈다. 왕실 한글 편지로 사료적 가치가 높다. 미륵보살반가석상(보물 368호), 신경행 청난공신 교서(보물 1380호), 계유명 전씨 아미타불 삼존석상(국보 106호), 기축명 아미타여래 제불보살석상(보물 367호)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충주박물관은 안동김씨 문중이 기탁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조선 정조 때 좌의정을 지낸 김이소의 문과 급제 홍패, 김이소의 손자로 영의정을 지낸 김조근의 영흥부원군 추증 교지 등 조선시대 문서 자료들을 두루 살필 수 있다.
충북대박물관은 2003년 청주 산남동에서 출토된 ‘청송 심씨 원삼’과 ‘전주 이씨 토시’, 1756년 권신응이 그린 현존 최고의 ‘화양구곡도’ 등을 대표 유물로 전시하고 있다. 청주고인쇄박물관은 1305년 청주 원흥사의 육구, 박지요거사 등의 발원으로 간행된 <금강반야바라밀경>(보물 1408호),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 사본 등을 출품했다.
재미있고, 뜻있는 유물도 많다.
충북교육박물관은 1969년 무시험 진학 때 쓰여 ‘뺑뺑이’로 불렸던 추첨기를 선보였다. 충주 술박물관의 1700년대 이탈리아 술 증류기·12세기 유럽 포도주 항아리·1970년대 소줏고리, 지적박물관의 1869년도 땅 매매 문서, 한국 근대 철박물관의 풀무, 영동인터넷고 동곡박물관의 민화 서류꽂이 등도 볼만하다.
청주 한국공예관과 스페이스몸 전시관은 근현대 미술 작품들을 출품했다.
박준호 청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지역에 있는 박물관들의 대표 유물을 통해 박물관들의 특성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합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각 지역에 자리잡은 박물관을 다시 찾는 상승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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