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전남 담양여성회관의 다문화가정 프로그램에 참가한 성열권·강미리씨 부부가 노란 커플티와 연한 청바지 차림으로 다정하게 사진을 찍고 있다. 나눔 카메라 제공
다문화가정 무료사진 전남대 봉사모임
5월부터 담양·장성 등 4차례 출사 20가족 찍어
“국제결혼 부부에 웃음 선물하자” 학생들 팔걷어
5월부터 담양·장성 등 4차례 출사 20가족 찍어
“국제결혼 부부에 웃음 선물하자” 학생들 팔걷어
“더 가까이~ 사랑스런 표정으로~ 웃으시고요. 하나, 둘, 찰칵!”
지난달 말 전남 담양의 여성회관 강당. 노란 커플티를 다정하게 차려입은 부부가 카메라 앞에 나서자 셔터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소품으로 배드민턴 라켓까지 나눠 든 부부의 입가에는 연방 행복한 웃음이 번졌다. 남편 정일권씨는 “에이, 쑥스럽게…”라면서도 못 이기는 척 라켓을 머리 위까지 올려 자세를 취했다. 중국 출신 부인 지앙리리씨는 생소한 메이크업에 “무슨 화장이냐”면서도 살며시 눈을 감고 분가루를 받아 들였다.
전남대 학생봉사모임 ‘나눔 카메라’는 지난 5월부터 다달이 농촌지역을 찾아가 국제결혼한 부부의 가족사진을 무료로 찍어왔다. 이 모임은 지난해 가을 다문화가정의 이혼율이 높다는 기사를 읽던 김봉민(29·식물생명공학부 3)씨와 김수지(22·법학과 4)씨가 이들한테 생기를 불어넣을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태동했다. 몇 해 전 홀몸노인의 영정사진을 찍어준 경험이 있었던 이들은 “부부가 웃는 모습을 찍어 방 안에 걸어두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데 생각이 미쳤다. 정의철(27·지구시스템공학부 4)씨와 이민주(21·생명과학기술학부 2)씨 등 학생 7명이 공감을 표시하며 동참했다. 동호회에서 배운 사진기술로 농촌의 국제결혼 부부한테 웃음을 선물하자는 데 모두가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올해 초 대학의 봉사활동 공모에 신청해 사진 촬영과 액자 구입에 필요한 경비 일부를 지원받았다. 한 차례 출사에 40만원인 경비의 절반 이상을 용돈으로 메우기로 했다. 사전조사 끝에 광주 인근 담양과 장성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출사 때마다 디지털카메라 3대와 4기가바이트(GB) 메모리 3장을 준비해 다섯 가정을 찍었다. 멋진 사진을 얻으려고 가족마다 분위기가 다른 장면 50~60장을 찍었다. 출사를 마치면 머리를 맞대고 표정이 밝고 환한 사진을 골랐다. 한 달 뒤엔 16×20인치 가족사진과 11×14인치 부부·자녀 사진 등 액자 두세 개를 선물로 전달했다.
“‘우리 집에서 막걸리라도 대접하고 싶다’는 초대를 받을 때, ‘아이를 낳으면 한 번 더 찍어달라’는 청탁(?)을 받을 때는 한없이 기분이 좋아요.”
이들은 반년 동안 4차례 출사를 나가 20가족의 액자를 만들었다. 31일에도 장성 다문화가족지원센터로 출동한다. 비용이 부족해지면 기업가나 기관장의 프로필 사진을 찍어주고 대가를 받아 봉사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