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전국 전국일반

살아난 ‘시골 양조장’ 술익는 냄새 모락모락

등록 2009-11-01 20:40수정 2009-11-03 16:13

충북 진천군 세왕주조의 한 직원이 지난달 22일 오후 양조장에서 냉각기를 이용해 술밥으로 쓸 햅쌀 고두밥을 식히고 있다.  세왕주조 제공
충북 진천군 세왕주조의 한 직원이 지난달 22일 오후 양조장에서 냉각기를 이용해 술밥으로 쓸 햅쌀 고두밥을 식히고 있다. 세왕주조 제공
막걸리 열풍에 술도가 ‘활기’
주막 등 관광상품화 잰걸음
충북 진천군 덕산면 용몽리는 술 익는 마을이다. 1929년 덕산 양조장(지금은 세왕주조)이 들어선 뒤 이 마을은 80년째 구름에 달 가듯 들르는 나그네 술꾼들의 발걸음이 끊어지지 않는다. 백두산에서 전나무를 가져다 지은 200평 남짓한 양조장 자체가 잘 익은 술 같아서 근처에만 가도 벌겋게 취기가 오른다. 이 양조장은 2003년 문화재청이 근대문화유산 58호로 등록했다.

양조장 안을 들어서자 고두밥을 찌고, 술을 거르고, 발효균을 살피는 손길들이 분주하다.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이규행(48) 사장도 종균실에서 배양하는 막걸리 발효균인 백국균을 직접 살피고 있다. 전통 주조법을 지키고 있는 세왕주조의 막걸리는 5일 만에 탄생한다. 백국균을 배양하는 데만 45시간이 걸린다. 질 좋은 진천 햅쌀을 골라, 잘 찌고, 발효시키는 것은 기본이고 밥의 수분 함량, 온도, 습도까지 제대로 맞춰야 한다.

이 사장은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날마다 술맛을 본 것이 80년 동안 술맛을 유지해온 비결”이라며 “지금도 아버지께서 ‘오늘 술맛이 이상하다’고 한마디 하시면 술 빚는 32가지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말했다.

여느 시골 양조장처럼 세왕주조도 시절을 따라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1974년 충북지역 5개 약주 공장을 통합해 충북세왕주조를 세웠지만 장사가 안돼 1990년 진천합동생산으로 통합됐다. 이 사장은 “시대와 사람, 여건이 변하기 마련이지만, 10년 동안 양조장 문을 닫고 있을 때는 정말 괴롭고 두 어른 뵙기가 민망했다”며 “당시 다른 양조장들도 사정이 비슷했다”고 말했다.

막걸리 바람이 불면서 양조장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말통’(술 한 말이 들어가는 20ℓ 통)을 실은 차들이 줄을 잇고, 주문 전화도 끊이지 않는다.

세월에 밀려 사라졌던 다른 양조장들도 부활하고 있다. 충북지역만 해도 장사가 안 돼 문을 닫았던 괴산군 문광, 음성군 대소 양조장이 다시 문을 열었다. 한국의 최대 막걸리 회사로 장수막걸리를 생산하는 서울탁주는 충북 진천군 광혜원면에 2만8000여㎡(8700평)의 대규모 양조장을 짓고 있다. 이 회사 성기욱 전무는 “국내 시장뿐 아니라, 일본·미국·베트남 등 국외 시장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규모를 늘리면서 품질을 높이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양조장을 중심으로 한 막걸리 역사·문화 되살리기도 한창이다. 1900년 무렵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 나루터에 세워진 한국의 마지막 주막인 삼강주막의 ‘주모’는 주말에 1000여명의 ‘주객’들을 끌어모은다. 경기 포천시도 이동·일동 막걸리 양조장 주변을 전통술 발전 특구로 지정하고, 전통술 관련 기업을 유치하는 등 2011년까지 전통술을 집중 육성할 참이다.

전북 전주시는 삼천·서신·평화·효자·경원·인후동 등 6개 권역 100여곳의 유명 막걸리 집을 표시하는 ‘전주 막걸리 지도’를 만들고 있다. 전남 해남군도 대한민국 막걸리 명인으로 지정된 송우종(46)씨가 옥천 주조장에서 만든 술과 70년 전통의 해창 막걸리를 널리 알릴 작정이다.


진천/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전국 많이 보는 기사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1.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같이 죽으려 했다”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2.

HDC신라면세점 대표가 롤렉스 밀반입하다 걸려…법정구속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3.

“하늘여행 떠난 하늘아 행복하렴”…교문 앞에 쌓인 작별 편지들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4.

대전 초교서 8살 학생 흉기에 숨져…40대 교사 “내가 그랬다”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5.

살해 교사 “마지막 하교하는 아이 유인…누구든 같이 죽을 생각”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