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0만 넘는데 종합병원은 0곳
유례없는 주민발의 조례로 설립이 확정된 경기도 성남시립병원 건립 사업이 7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건립 타당성 여부를 놓고 논란이 집중됐던 성남시립병원 건립 사업은 파행을 거듭하면서 소모적 논쟁과 정치적 이해득실까지 뒤엉킨 양상이다.
■ 성남시립병원은? 2003년 성남 기존 시가지(수정·중원구)에 있던 두 곳의 종합병원이 경영난에 허덕이다 문을 닫았다. 당시 인구 34만여명인 분당구에는 대형 종합병원 3곳이 있었지만, 60만명이 넘는 기존 시가지에는 종합병원이 단 한 곳도 없게 됐다. 기존 시가지 의료 공백을 걱정하던 시민들은 2004년 전국 처음으로 주민 1만8525명이 서명 발의한 시립병원 설립·운영 조례안을 시의회에 냈다. 그러나 사업 타당성이 논란이 됐고, 성남시도 난색을 보였다. 결국, 조례안은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조례를 재청구했고, 2006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의회는 해당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여기에 성남시도 선거 직전 슬그머니 시립병원 건립계획안을 발표했다.
■ 다시 불붙는 시립병원 논쟁 우여곡절 끝에 병원 설립은 확정됐지만, 선거 직전 이를 약속한 이대엽 성남 시장이 재선된 뒤 병원 얘기는 뒤로 밀린 상태다. 게다가 성남시는 지난 23일부터 새 청사로 이전을 시작했는데, 기존 청사에 시립병원 대신 보건소와 직능단체 사무실을 입주시키기로 해 시립병원 설립을 포기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잇따라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어 시립병원 건립을 촉구하면서 건립이 추진되지 않으면 시장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힌 상태다. ‘공공의료의 새로운 실험’으로 불리던 성남시립병원 건립 운동이 정치적 투쟁 이슈로 바뀌고 있다. 이에 대해 성남시 관계자는 “시청이 여수동으로 이전하면 현 시청사 주변의 공동화 현상을 막으려고 수정구 보건소와 몇몇 기관을 우선 입주시키는 것”이라며 “시립병원 건립을 포기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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