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지역에서 발굴된 무덤군, 인골, 명기(장사 지낼 때 죽은 사람과 함께 묻은 그릇), 유리구슬(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시 제공
조선 무던 5천여기 발굴
서울역사박물관서 전시
서울역사박물관서 전시
서울 은평구는 북한산 서쪽 자락에 안겨 있는 지역이다. 조선시대 개경에서 한양으로 들어서는 경계였고, 도성과 서북 지방을 잇는 서북대로의 출발점이자 길목이었다. 조선 1대 왕인 태조 3년(1394년) 서울을 5부(동, 서, 남, 북, 중) 52방으로 개편했을 때, 북부의 바깥쪽에 위치한 연은방과 상평방 지역이 지금의 은평구다. 은평이라는 이름은 이 연‘은’방과 상‘평’방 두 지명에서 나왔다.
한-일 병합 뒤 한성부가 경성부로 바뀌고 연은방, 상평방이 은평면으로 바뀌면서 이 일대는 경기도 고양군에 포함됐다. 은평면은 해방 뒤인 1949년 서울시 서대문구로 편입됐고,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1979년 서대문구에서 은평구로 떨어져 나와 오늘에 이르렀다.
조선시대 <경국대전>에는 도성에서 10리(성저십리)에는 무덤을 쓰지 못하도록 하는 ‘금장·금송’ 규정이 있었다. 이 규정은 조선 후기까지 이어졌다. 지금 진관동 자리의 진관내·외동은 이 금장지역 바로 바깥쪽이었다. 무악재와 박석고개 등이 안쪽을 파고들어 매장지로 각광받았다.
은평구 진관동, 구파발동 일대는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으로 있던 2002년 뉴타운 지구로 지정된 뒤, 2005년부터 지난 7월까지 발굴조사가 진행됐다. 서울지역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의 발굴조사였다. 조선시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무덤 5000여기와 통일신라시대 10대 화엄사찰로 손꼽혔던 청담사 건물지가 발견됐다. 분청사기어문매병, 백자명기세트, 동전, 동거울, 구술, 귀걸이 등 8000여점의 유물도 출토됐다.
이를 토대로 한 특별한 전시회가 열린다. 서울역사박물관은 발굴조사로 얻은 유적과 유물을 활용해 조선시대 서울 사람들의 장례와 풍속을 보여주는 ‘은평 발굴, 그 특별한 이야기전’을 3일부터 12월13일까지 진행한다고 2일 밝혔다.
전시는 5개 마당으로 이뤄진다. 첫째 마당인 ‘옛 은평을 향하다’에서는 은평의 역사와 이곳에 무덤이 많은 이유를 살펴보고, 둘째 마당인 ‘옛 서울사람을 만나다’에서는 발굴조사에서 나온 비석을 통해 무덤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당시 서울 사람들이 앓았던 질병을 무엇인지 추적해 본다. 박상빈 서울역사박물관 조사연구과장은 “무덤에서 출도된 인골을 분석해 보니, 척추이분증, 머리뼈 골종양, 골절, 골다공증, 척추후만증, 퇴행성관절염 등 다양한 사례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셋째 마당인 ‘예법과 풍습을 돌아보다’에서는 죽음에서 매장까지의 과정과 조선시대 상장례를 알아보고, 넷째 마당 ‘발굴 현장을 찾다’와 다섯째 마당 ‘그 밖의 유적들’에서는 절터, 가마터와 각종 유물과 모형을 만나볼 수 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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