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입주를 끝내는 경기도 성남시와 시의회 새 청사 전경.
대리석 로비…고급 개인사무실…최식 체력단련장
의원 증원 대비 여분 사무실
시청 옆인데 ‘공무원대기실’
의원들도 “좀 심한 것 아닌가”
의원 증원 대비 여분 사무실
시청 옆인데 ‘공무원대기실’
의원들도 “좀 심한 것 아닌가”
4일 오후 입주가 한창인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여수동 성남시의회 새 청사 현관. 미끈한 화강석이 바둑판처럼 깔려 구둣발로는 디디기 민망했다. 로비 한 면을 장식한 화려한 자줏빛 대리석 벽면은 고급 호텔에 들어섰다는 착각도 일으켰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뻗어내린 은빛 기둥은 웅장함을 더해줬다.
2층에는 본회의장 옆으로 의장실과 부의장실,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두 정당 대표 의원 사무실 2곳까지 따로 갖췄다. 5개 상임위원회실이 별도로 마련된 4~6층은 모든 상임위원회의 위원장실은 물론 성남시의회 의원 35명의 개인 사무실이 자리를 차지했다. 의원 사무실 면적은 1곳당 21.8~22.8㎡ 규모인데, 방마다 책상과 소파는 물론 벽걸이 텔레비전을 비롯해 냉장고, 책장, 20인치가 넘는 모니터가 장착된 최신형 컴퓨터 등으로 채워졌다.
특히 70여㎡의 규모의 실내 정원과 함께 4층에는 의원 전용 체력단련실이 눈에 띄었다. 탈의실과 샤워실이 딸린 이곳엔 제각기 액정화면이 부착된 신형 트레드밀(일명 러닝머신) 6대를 비롯해 각종 운동기구가 가지런히 놓여 고급 스포츠클럽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의회보다는 ‘의원회관’이란 호칭이 더 어울릴 듯싶었다.
뿐만 아니다. 비리나 품위 손상으로 의회 위상을 실추시킨 의원을 징계하기 위해 열리는 까닭에 의원 임기 4년 내내 한번 열릴까 말까 하는 ‘윤리특별위원회’에도 사무실은 물론 위원장실까지 내줬다. 또한, 인구가 늘어나 앞으로 추가로 뽑힐 시의원들을 위해서도 개인사무실 10여개를 미리 만들어 놨다.
이밖에 의회와 집행부(시청)가 함께 붙어 있는 건물임에도 시의회 청사 상임위가 있는 층에는 어김없이 ‘집행부 대기실’이나 ‘간부 공무원 대기실’이 마련돼 고개를 젓게 했다. 새 청사에 나온 한 시의원은 “솔직히 선뜻 입주하기가 좀 꺼려진다”며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좀 심한 것 아니야?’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앞서 성남시의회는 2007년 10월 “시가 의회 청사를 시청 부속건물로 지으려 하고 있다”며 “설계변경을 통해서라도 독립건물로 의회를 지어야 하고 이를 반영하지 않으면 시청사 건립 예산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의회 청사에 ‘애착’을 보였다.
한편, 성남시는 지하 2층, 지상 9층, 연면적 7만4452㎡의 규모로 시와 의회 청사를 붙여 스텔스 전투기 모양으로 지었는데, 건축비만 1610억원이 들었다. ‘스텔스 머리’ 부분에 있는 시의회청사는 연면적 8256㎡에 지상 6층 규모다.
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새청사 4층에 마련된 성남시의원 전용 체력단련장. 액정모니터가 달린 고급 트레드밀(러닝머신) 등 각종 운동기구가 가지런히 정리돼 있다.
글·사진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 윤영미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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