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시행 정부방침 대비 규약개정·조직축소
노조원 “발빠른 대처” “백기투항” 반응 갈려
노조원 “발빠른 대처” “백기투항” 반응 갈려
울산 현대중공업 노조가 내년 1월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을 회사가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노동부의 방침에 따라 조직을 축소하고 나섰다. 이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방침에 맞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2004년 10월 비정규직 보호법 제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를 위해 공동투쟁에 나선 이후 5년 만에 함께 투쟁에 나선 것과 상반되는 일이어서 주목된다.
이 회사 노조는 “24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조직과 관련해 규약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현재 12개의 부서 가운데 유사한 부서를 통합해 7개 실로 바꾼다는 것이다. 노조는 이날 펴낸 소식지 <민주항해>에서도 “이번의 규약 개정은 곧 시행될 복수노조 허용과 회사의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중단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회사가 노조 전임자의 임금 지급을 중단하면 노조 스스로 전임자 임금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노조의 사업 축소가 불가피하며 이는 시대가 요구하는 변화”라고 덧붙였다.
앞서 오종쇄 노조 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재선된 뒤 “노조의 자율성 보장과 책임성 있는 노동운동을 위해 회사가 노조 전임자의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다만 정부가 조합비 세액공제 등의 제도를 마련해 노조가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 노조가 설립한 노동문화정책연구소 서필우 소장은 “노조 전임자 임금을 회사가 지급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지만 정부 방침이 확정되면 따르지 않을 수 없다”며 “노조가 조합비를 더 걷어 전체 전임자 55명을 유지할 것인지, 조합원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전임자를 줄일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원들은 “새로운 제도 시행으로 빚어질 혼란과 부작용에 미리 대처하려는 발 빠른 행보”라고 평가하거나 “노조 교섭력이 약한 중소기업 노조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대기업 노조가 정부와 싸워 보지도 않고 백기투항하려 한다”고 비판하는 등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2004년 사내 비정규노동자의 분신자살 사태 해결에 소극적이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서 제명된 뒤 상급단체를 두지 않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노조 위원장이 선박 수주 활동에 나서는가 하면 올해는 노조 설립 22년 만에 처음으로 임금 교섭안을 회사 쪽에 위임하기도 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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