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풍경] 수몰위기 몰린 사람들의 ‘내사랑 지리산’

지난해 전북 남원 실상사에서 열린 지리산 문화제에서 한 노인이 새끼줄 빨리꼬기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지리산생명연대 제공

경남 함양서 지리산문화제 열려

“우리 어머님이 살었던 곳이고,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터전인 지리산이 아픕니다. 지금 지리산은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합니다.”(누리집 ‘내사랑 지리산’에 남겨진 글 중에서)

올해 지리산 문화제가 6~7일 경남 함양군 상림 야외무대 일대에서 ‘강과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장소를 함양으로 정한 것은 지리산 물길을 막으려는 댐건설 예정지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부산·경남 지역 주민들의 식수난 해소를 위해 지리산댐을 다시 추진하려고 한다. 지리산댐(문정댐)은 경남 함양군 마천면과 휴천면(문정리) 접경지역에 저수량 9700만t 규모의 식수 및 홍수조절용으로 계획됐다.

문화제 통해 정부 댐건설 부당성 외부에 알려
토우 만들기·새끼줄 빨리꼬기 등 행사도 다채

주민의 삶터가 댐 계획으로 수장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외부에 알리고자 문화제를 준비했다. 그러나 무겁고 심각하게 반대를 외치지 않는다. 대신 즐겁고 다양한 행사를 통해 지리산을 지키는 어울림 마당으로 치른다.

6일 전야행사로 ‘찾아가는 마을영화관’을 준비했다. 문화 혜택을 받지 못하는 어른들이 영화를 보는 시간이다. 7일에는 순천대 사진예술학과 학생들이 65살 이상 노인에게 영정사진을 찍어 액자에 넣어 선물한다. 지리산·섬진강을 노래한 작가의 팬사인회, 숲을 걸으며 생태 이야기를 듣는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새끼줄 빨리 꼬기, 흙을 이용한 인형 토우 만들기, 솔방울 등을 이용한 나무공예 체험, 지리산 환경훼손 사진전 등이 있다. 가수 한영애 공연, 시인 이원규 시낭송도 펼쳐진다.

최화연 지리산생명연대 사무처장은 “지리산에 댐이 들어서는 계획을 모르는 국민들이 많다”며 “체험과 나눔의 문화제 형식을 통해 지리산의 위기를 알리고 공유하는 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지리산은 전북 남원시, 전남 구례군, 경남 산청·하동·함양군 등 3개도 5개 시·군을 아우르고 있다. 행정구역의 경계는 있지만 ‘지리산권’이라는 하나의 역사문화권을 형성해왔다. 지리산권 농촌은 고령인구 비율이 전국 평균 보다 2~3배 높은 25%를 기록하는 등 갈수록 피폐해져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절실했다.

지리산 문화제는 지리산과 섬진강을 삶터로 살아가는 주민이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벌이는 축제다. 특히 영호남 경계를 넘어서 행사가 어우러진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리산문화제는 2006년부터 해마다 지리산권역을 돌아가며 열리고 있다. 1회는 구례군 산동면 사포마을, 2회는 하동군 섬진강변 평사리, 제3회는 남원시 실상사에서 열렸다.

박임근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