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사, 사흘간 점포운영
학교 수업을 마치면 지역아동센터에서 지내는 초등학교 3학년 지은(가명)이는 유명 브랜드 신발을 싣고 다니는 또래 친구들이 내심 부러웠다. 유명 브랜드 신발을 한 번만이라도 신고 싶었지만 연락이 끊긴 부모 대신 키워 주고 계신 할머니한테 차마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지은이는 18일 마침내 소원을 이뤘다. 지은이는 ㄴ사 운동화를 신고는 하늘을 날 것 같았다.
이날 지은이에게 행운을 안겨준 곳은 지역 연고기업인 현대자동차 노사였다. 이 회사 노사는 사회공헌사업의 하나로 얼마 전 울산사회복지협의회를 통해 울산의 55개 지역아동센터 어린이 1200여명에게 운동화를 구입할 수 있는 교환권을 전달했다.
노사는 디자인과 브랜드 이름에 민감한 어린이들의 감수성을 고려해 임시점포를 만들어 자신이 직접 고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희망운동화가게’라고 이름 붙여진 임시점포는 18일 북구 오토밸리복지센터 1층에 문을 열었다. 사흘 동안 운영되는 이 점포에는 11개 종류의 신발이 진열된다. 모두 백화점이나 신발 전문매장에서 구할 수 있는 유명 브랜드 제품으로 아동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시중가격으로 따지면 켤레당 6만원 이상씩 하는 것들이다. 어린이들은 이곳에서 자기가 원하는 신발 한 켤레를 고를 수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대졸신입사원 35명이 임시매장의 하루 도우미로 나서며, 어린이들이 마음에 드는 운동화를 즐거운 기분으로 제대로 고를 수 있도록 도왔다. 회사 쪽은 아울러 제품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과 조언을 위해서 백화점 전문 상담원도 배치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 노사는 울산사회복지협의회 주관으로 벌인 아동 희망사연 공모 지원에도 나섰다. 아동들의 희망을 담은 사연 821편 가운데 우수 사연은 포상과 함께 수기집 500부 발간에 드는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1200여개의 신발 구입비용까지 더하면 지원금액이 모두 1억2000만원에 이른다.
현대차 최용배 울산총무팀장은 “지역사회 환원을 위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울산 지역 아동과 청소년을 돕는 이벤트 마련에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열 노조 대외협력실장도 “겨울철이 다가오면서 불우한 이웃들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며 “사회공헌활동 활성화를 위해 앞으로도 노조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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